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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에 어떻게 감염됐는지를 알 수 없는 환자들이 잇따라 나오면서 보건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이와 함께 11일 기준으로 격리 대상자가 3,805명으로 늘어나고 능동감시 대상자 수도 1만명을 훌쩍 넘어서면서 힘에 부치는 모습도 역력하다.
이날 메르스 최종 확진 판정을 받은 119번째 환자(35)는 지난 5월26일과 27일 두 차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온 친구와 저녁 모임을 가졌다. 평택경찰서 경찰인 이 환자는 이달 1일 메르스 의심 증상이 발현돼 평택 박애병원을 찾았고 아산 보건소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았다. 이후 3일 서울의료원에 입원한 뒤 실시한 검사에서 음성 결과가 나와 4일 퇴원 후 격리 조치됐다. 하지만 폐렴 증상이 있어 5일 아산 충무병원에 입원했고 이어 9일 천안 단국대병원에서 두 차례 검사를 받았다. 이는 119번째 환자의 대략의 동선이지만 이는 보건당국이 아닌 평택경찰서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 정은경 중앙메르스대책본부 현장점검반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메르스 관련 브리핑에서 "환자가 평택 지역에 있는 직장에 다니고 있는데 5월 말께 평택에 있는 의료기관에서 굉장히 많은 메르스 환자들이 진료를 받았다"며 "그들 병원에서 바이러스에 노출됐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동선과 감염 경로를 파악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보건당국이 현재까지 확인된 확진 환자 중 동선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환자는 이날 추가된 14명 중 5명. 이 가운데 2명은 그나마 당국의 관리망 안에 들어와 있다. 하지만 3명의 동선과 감염 경로는 그야말로 오리무중이다. 정 반장은 "5명 중 우리 관리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검색되는 사람이 2명이고 나머지는 조사를 해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보건당국이 감염 경로를 특정하지 못한 환자군에 포함되지 않는 115번째 환자(77)의 감염 경로도 불분명하다. 지난달 삼성서울병원 정형외과에서 진료를 받았고 이날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115번째 환자의 감염 경로에 대해서도 당국은 이렇다 할 설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에서 115번째 환자가 응급실 구역 화장실을 이용했다는 조사결과만을 발표했을 뿐이다. 더구나 정부 브리핑에 앞서 이날 오전 경남도메르스대책본부가 115번째 환자가 창원힘찬병원, 인구복지협회 가족보건의원, 창원SK병원 등을 거친 것으로 확인하고 총 455명을 격리, 94명을 능동감시자로 분류했다고 발표한 상황에서도 보건당국은 "역학조사 중"이라며 이렇다 할 설명을 하지 못했다.
감염 경로의 파악은 메르스 확산 차단을 위한 발 빠른 대처를 위해서도 중요하다. 어디서 어떻게 감염됐는지를 알아야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확진자들에 대한 추적조사가 제때 이뤄지지 못해 환자들이 거친 병원들의 명단 공개가 늦어질수록 더 많은 사람들은 바이러스 노출 위험에 처하게 된다. 이날 기준 메르스 확진자가 100명을 훌쩍 넘어 122명에 달하게 된 것도 결국 보건당국이 너무 늦게 환자들의 감염 경로를 파악하고 격리 대상자들의 동선 통제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감염 경로를 알 수 없는 환자가 잇따라 나오면서 이번주 내 확산세가 진정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관측도 힘을 잃어가는 모습이다. 메르스 즉각대응팀은 확산과 진정 가능성을 5대5로 내다보고 있다. 즉각대응팀 소속 엄중식 한림대 강동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즉각대응팀에서는 사실 반반으로 보고 있다"며 "자진신고, 폐렴환자 전수조사 등을 통한 메르스 환자를 발굴하고 병원에서 시설격리나 치료를 할 때 의료진이나 또 다른 환자, 보호자들이 감염되는 것을 얼마나 잘 차단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