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주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달러는 이번 주에도 약세를 면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다만 최근 달러의 급격한 움직임을 감안, 내리막 세는 다소 완만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주말 달러는 유로 당 1.1833을 기록, 1999년 1월 유로화 출범 초기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다. 투자자들이 환율의 움직임을 시장의 자율성에 맡기겠다는 존 스노 미 재무장관의 최근 발언을 미국의 강 달러 정책 포기로 해석, 달러의 하락세를 더욱 부추긴 것.
당초 외환 시장 관계자들은 유로 대비 달러 환율이 1.17에서 주춤해질 것으로 내다봤으나 지난 주말 1.18선까지 무너지자 대규모 손절매 물량이 쏟아지는 등 패닉 현상을 보이기도 했다.
뉴욕 은행의 수석 외환 전략가인 마이클 울포크는 “장이 시작되자마자 추락하는 달러의 움직임에 트레이더들은 충격에 휩싸였다”며 “시장에서는 달러가 1.20수준까지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통적으로 강 달러 정책을 표방해왔던 미국 정부가 최근 수출 경쟁력 확보 등을 이유로 약 달러 용인 자세로 돌변함에 따라 최근 달러의 급락세는 멈출 기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1년간 달러는 유로 대비 21.4%나 떨어진 상태다. 특히 한 달새 하락
폭만도 5.2%에 이른다.
달러 약세는 최근 세달 동안의 미국 경상적자 규모가 사상 최대치인 1,369억 달러를 기록한 것과 무관치 않다. 이 같은 `구멍`을 메우기 위해서는 하루 15억 달러의 외국인 투자자금이 유입되어야 하지만 여전히 불투명한 미국 경제 전망으로 인해 투자자들이 아직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
그러나 급격한 환율 변동으로 수출 전략에 큰 차질을 빚고 있는 유럽쪽에서 조만간 금리 인하 등의 대책 마련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 당분간 달러의 하락 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ECB가 다음달 기준금리를 0.25~0.5%포인트 가량 인하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편 달러가 엔화에 대해서도 약세를 기록하자 일본 역시 더욱 강력한 드라이브를 구사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최근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의 중앙 은행들이 수출산업 보호를 위해 해당 국가의 통화를 대량 팔아치우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문가들은 올 초부터 엔화 강세 저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일본 중앙은행(BOJ)이 조만간 대규모의 추가적인 엔화 매도에 나설 것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윤혜경기자 light@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