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한국화가 진화한다



미술시장의 축이 서양화로 쏠리면서 한국화의 무게감이 한 때 맥을 못 추기도 했다. 그럼에도 한국화를 고집하는 작가들은 이에 상관않고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지키면서 현대적 세련미로 중무장 해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민화ㆍ산수화ㆍ수묵화 등 전통화의 근간을 유지하되 개성을 가미해 재해석한 작품들은 세대를 아우르며 특히 젊은 컬렉터들에게 한국화에 대한 새로운 관심을 이끌고 있다. 김근중은 전통적 화조도를 독특하게 해석했다. 화려한 모란꽃을 대표 이미지로 내세우면서 전통적인 민화나 화조도처럼 강렬한 색감과 화려한 형태를 선보인다. 동시에 만화에 등장할 법한 말풍선, 장식적인 기호가 된 문자들, 요정같은 인형(소니엔젤)을 그림에 배치해 세련된 현대적 감각을 드러낸다. 말풍선이라는 기발한 시도에는 꽃과 새, 그리고 감상자인 인간이 언어를 초월해 소통하기를 바라는 작가의 염원이 담겨 있다. 화분에 그린 노골적인 춘화, 뒷배경을 장식하는 서화 등은 시대를 넘나드는 작가적 재능을 보여준다. 홍익대 동양화과, 타이완 문화예술대학원을 졸업한 작가는 90년대 초 고구려 벽화와 둔황벽화의 독창적인 재해석을 시도했고 이후 미니멀한 추상에 몰입했다. 4년 전 민화병풍을 보고 감화돼 ‘모란 화가’로 돌아섰다. 견지동 동산방 화랑에서는 최근 2년간 작업한 그의 신작을 선보이는 개인전 ‘내추럴 비잉(Natural Being)’이 13일까지 열려 자연의 본연에 대해 되짚는다. 부귀를 상징하는 모란의 의미, 산뜻한 색감 때문에 신혼부부에게 인기 있다. (02)733-5877 중견작가 임효는 산수화의 꽃ㆍ정자ㆍ소나무, 월매도의 달과 매화, 벽화 이미지 등을 간략하게 단순화시켜 표현함으로써 동양 산수화의 현대적 해석을 보여준다. 서양화를 전공했으나 “물감보다 먹냄새가 더 좋더라”며 문인화에 심취한 작가는 직접 제작한 닥종이에 은은한 자연 염색으로 색을 만드는, 철저한 전통 방법을 고수한다. 여기다 옻칠로 윤기를 내거나 강렬한 표면 질감을 더하기도 한다. 주제는 샤머니즘과 무위자연, 여백의 미 등 전통성을 강조하지만 표현주의에 가까운 이미지는 세련미가 넘친다. 역동적인 필력의 수묵화로 주목받은 임효는 97년 이후 한국적 정서의 본질과 정체성에 대해 자문하던 중 진화된 자유로운 화풍을 마련했다. 그의 최근작 30여점은 인사동 선화랑에서 오는 28일부터 ‘채움과 비움’이라는 제목으로 전시된다. 한국적 산수화가 현대식 서구형 주택과 절묘하게 어울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02) 734-0458 지난달 인사동 아트싸이드에서 개인전을 연 이종목 작가의 경우 수묵화만을 고집한다. 오로지 전통의 먹을 사용해 작업하지만 형식이나 표현하는 이미지는 파격적이다. 채색 인물화를 선보이는 서정태 작가도 마찬가지. 색감만 놓고 보면 언뜻 서양화처럼 보이지만 닥종이와 분채만을 사용하는 한국화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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