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세법 규정, 알기쉽고 명확해야


얼마 전 어느 납세자가 사무실을 방문했다. 고민스럽다며 털어놓은 속사정을 들어보니 세금은 정상적으로 다 납부했지만 소득 구분을 잘 못한 채 신고함으로써 가산세를 추가로 부담하게 된 사연이다. 그 내용을 소개하면, A씨가 부동산을 매각하고 그 소득에 대해 사업소득세를 신고ㆍ납부했다. 몇 년 후 세무서에서는 동 소득은 양도소득에 해당하므로 사업소득세로 납부한 세금은 돌려주고 양도소득세를 부과해 납부 불성실 가산세를 가산해 재고지했다. 세법의 규정을 잘 모르는 납세자의 입장에서 보면 세금을 다 내고도 가산세를 부담해야 한다니, 어찌 보면 억울한 일이 생긴 셈이다. 그러나 양도소득에 해당한다면 세법 규정상 가산세를 부과하는 것은 당연하기 때문에 세무공무원의 입장에서도 달리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조세심판사건 중에는 이와 같이 세법의 해석으로 인한 분쟁이 많이 있다. 매년 5,000여건이 넘는 불복사건이 조세심판원에 접수되는데 우리나라보다 인구나 경제 규모가 큰 일본의 경우 국세불복심판소에 매년 3,000여건의 불복청구가 제기되는 점에 비춰 보면 우리나라의 조세분쟁은 상대적으로 많은 편이라 할 수 있다. 그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도 만만치 않음은 물론이다. 조세연구원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지난 2007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납세자는 100원의 세금을 납부하기 위해 4.6원의 납세협력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그 납세협력비용은 장부기장과 신고ㆍ납부 등의 과정에서 주로 발생하는데 조세분쟁에 따른 비용도 신고ㆍ납부비용에 포함돼 있다. 물론 세금을 내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비용은 어찌할 수 없겠으나 조세분쟁으로 인한 비용까지 당연히 부담해야 할 것으로 인정하기에는 납세자 입장에서 다소 못마땅하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더욱이 세금을 회피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세법 해석상의 사소한 차이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분쟁이라면 그 비용을 부담하는 것은 억울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특히 조세분쟁으로 인한 비용은 납세자 개개인으로서도 적지 않은 부담이 될 뿐 아니라 우리 경제의 효율성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면 이 문제는 어떻게 개선해나가야 할까. 과세당국이 보다 신중하게 세금을 부과하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근본적으로는 세법 규정을 '명확하고 세밀하게, 그리고 알기 쉽게' 규정하는 것이 최선의 길이다. 마침 기획재정부 세제실에서 조세법령 간소화 작업을 3개년 프로젝트로 추진하고 있다. 그 성과가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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