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韓·中·日 바둑 영웅전] 흑의 우변이 초토화하다

제7보(101~116)



호랑이 등에 탄 사람은 멈출 수가 없다. 이른바 기호지세라는 것이다. 맹렬하게 달리는 호랑이의 속력에 편승하여 갈 데까지 가보는 도리밖에 없다. 지금 열아홉살 한상훈이 이세돌이라는 맹호의 등에 올라타고 있는 것이다. 한상훈의 머릿속에는 이틀 전에 거둔 1승의 기억이 또렷했다. 백으로 거둔 짜릿짜릿한 승리였다. 세계랭킹 1위 이세돌을 굴복시키고 낚아올린 자랑스러운 승리의 기억. 상대는 결코 신이 아니다. 전력투구를 하면 또 이길 수 있다. 이기면 세계챔피언의 명예와 2억5천만원의 돈이 생긴다. 한상훈은 흑1로 따내고 3으로 몰았다. 백4로 단수를 당하는 것이 쓰라리지만 그건 어차피 당해 주기로 작심을 한 터이므로 묵묵히 이어주었다. 이세돌은 백6으로 대마를 살렸고 한상훈은 노타임으로 7에 끊었다. 이 절단의 파괴력이 어느 정도나 크게 작용하느냐가 이 판의 흐름을 결정할 것이다. 여기서 이세돌은 12분을 장고했다. 검토실의 원성진과 김주호는 몇 개의 가상도를 만들어 사이버오로 생중계 사이트에 올렸다. 가장 먼저 선보인 것이 참고도1의 백1 이하 5였다. "이 코스는 흑이 견디기 어려울 거야."(원성진) "맞아. 그것으로 백승일 거야."(김주호) 만약 참고도1의 흑2로 A에 뛰면 백은 B로 몰아 상변을 크게 차지할 것이다. 그러나 이들의 예측은 적중하지 않았다. 이세돌은 실전보의 백8로 뛰고 백12 이하 16으로 흑의 우변을 초토화시켜버렸다. 수순 가운데 흑9로는 참고도2의 흑1 이하 3으로 두는 편이 안전하지만 백에게 4를 당하면 어차피 불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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