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가 쓰는 법이야기] 인간에 대한 이해 재판결과는 한 인간의 운명 좌우'오류없는 재판'위해 부단한 성찰 송개동 판사 역사가들은 인류역사상 가장 뛰어난 판사로 이스라엘의 왕이었던 솔로몬을 손꼽는 데 주저하지 않습니다. 한 여인이 훔친 아기를 자신의 아기라고 주장하고 아기를 빼앗긴 여인은 자신의 아기를 돌려달라고 주장합니다. 도저히 누가 생모임을 가려낼 수 없는 상태에서 솔로몬은 칼로 아기를 둘로 쪼개어 두 여인에게 공평하게(?) 나눠주라고 명합니다. 근위병이 어쩔 수 없이 칼로 아기를 베려는 순간 한 여인이 큰소리로 울면서 뛰어나와 절규합니다. “왕이시여, 차라리 저 여인에게 아기를 주십시오” 솔로몬이 다른 여인에게 의견을 묻자, 그 여인이 대답합니다. “왕의 뜻대로 아기를 둘로 나누어 주십시오” 그 이후의 재판 결과는 모두 아시는 바와 같습니다. 한 판사가 있었습니다. 그분은 성격이 유약해 벌레도 죽이지 못하는 사람이었습니다. 단, 모기만은 예외라고 했습니다. 모기는 아이들을 물어뜯어서 그냥 둘 수 없다고 그러더군요. 그런데 그 판사가 심각한 고민에 빠졌습니다. 일가족 4명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의 재판을 맡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범행을 목격한 사람도 없었고 범행에 쓰인 도구도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현장에 남아있던 것은 불에 탄 방갈로와 그 속에서 타다 남은 시신 뿐이었습니다. 법정에서 피고인은 범행을 저지르지 않았다고 주장하면서 억울함을 하소연했고, 유족들은 절규하면서 피고인의 엄벌을 탄원했습니다. 그때부터 그 판사는 밤에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자다가 새벽에 깨어나 뜬눈으로 지새운 적도 많았다고 하더군요. 만약 진범이 아닌데도 법원이 유죄로 잘못 인정해 엄벌을 받게 된다면 얼마나 억울하겠습니까. 반대로 피고인이 범인인데 무죄를 받게 된다면 피해자들이나 유족들에게 얼마나 한을 남기겠습니까. 치열한 법정공방 끝에 피고인은 유죄로 인정되어 사형을 선고 받았고, 결국 대법원까지 가서 그 판결은 확정되었습니다. 솔로몬은 진정한 어머니라면 아기를 살리기 위하여 자신을 희생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고, 따라서 솔로몬이 명판결을 한 배경에는 이러한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와 이에 터잡은 지혜가 있었습니다. 오늘날 법정에서 재판을 해야 할 사건들은 솔로몬이 살던 시대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고 복잡합니다. 판사가 신이 아닐진대 항상 진실만을 판결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부족한 능력이나마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할 뿐입니다. 3심제도 자체가 재판의 오류를 전제로 하고 있습니다. 항상 진실만을 판결한다면 재판은 1번으로 충분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솔로몬의 지혜도 없을 뿐만 아니라 여러 모로 능력이 부족한 필자의 경우 법정 문을 열고 들어가기 전에 국민에게 친절한 재판, 국민이 이해하기 쉬운 재판, 그리고 공정하면서도 오류가 적은 재판을 하도록 도와달라고 기원하면서 주먹을 쥐고 파이팅을 3번 외칩니다. 국민들은 평생에 한번 있을까 말까 한 운 나쁜(?) 일이 재판을 받으러 법원에 오는 것일 겁니다. 한 사람의 인생에, 한 가정의 미래에, 나아가 우리 사회의 미래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결정을 해야 하는 것이 저의 숙명이기에 오늘도 겸허한 자세로 인간과 사회에 대한 성찰을 계속하려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을 것을 다짐하여 봅니다. 오늘 저녁에는 오랜만에 반가운 친구들을 만나 소주잔을 기울일 약속이 잡혀 있습니다. 아마 필자는 친구들이 듣기 싫어하는 잔소리를 또 하겠지요. “돈이 오가면 반드시 계약서를 쓰고, 영수증을 받아라” “음주운전은 절대로 하지 말고 대리운전 부르기에 돈 아까워하지 마라” “다른 사람과 싸우지 말고 그래도 피할 수 없다면 때리지 말고 그냥 맞아라” 오늘도 사람들 속에 섞여서 그들과 흉금을 터놓고 인생과 사회에 관하여 이야기 하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