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기부ㆍ국정원 도청' 사건을 수사중인 서울중앙지검 도청수사팀은 20일 김대중 정부시절 국정원이 감청장비를 활용, 불법 감청을한 사례들을 확보하고 정확한 경위 등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그간 조사과정에서 국정원이 유선중계망을 이용한 감청장비인 R-2로 불법 감청을 했던 구체적인 사례들을 일부 확보했다. 이번 주부터는 무선전화 감청장비인 카스(CAS)를 이용한 도청실태를 밝히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고 말했다.
검찰은 감청 담당 업무를 맡아왔던 국정원 직원들에 대한 소환 조사 등에서 김대중 정부 출범 이후에도 국정원이 법원의 영장발부 등 적법절차를 준수하지 않고정ㆍ관ㆍ재계 및 언론계 인사들의 전화통화 내용을 도청한 정황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검찰은 국정원의 불법 감청 대상자가 누구였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정ㆍ관ㆍ재계 등이 주요 대상이 된듯 검찰은 또 지난달 19일 국정원 청사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카스' 사용신청 목록을 근거로 국정원이 이 장비를 어떻게 운용해왔는지 등을 밝히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기로 했다.
검찰은 당시 압수수색에서 국정원이 김대중 정부시절 40∼50명을 대상으로 카스를 사용한 목록을 확보한 바 있으며 국정원 본원 뿐 아니라 시ㆍ도지부에서 이 장비를 사용한 흔적을 확인했다.
국정원은 1998년 R-2장비 6세트를 제작해 사용한 데 이어 이듬해 12월 `카스' 20세트를 추가로 개발, 2001년 4월까지 사용하다 `CDMA-2000' 기술도입이 도입되면서 효용성이 떨어지자 2002년 3월 두 장비를 모두 폐기했다고 밝힌 바 있다.
검찰은 카스를 활용한 도청 실태 파악이 마무리되는 대로 이르면 다음 주 중반이후부터 국정원 전직 고위간부들을 소환, 감청장비를 이용한 도청의 책임소재를 가릴 예정이다.
주요 소환 대상자로는 김은성ㆍ이수일 전 국정원 차장과 임동원ㆍ신건 전 국정원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검찰은 이들에 대한 조사에서 감청장비를 이용한 도청을 지시한 사실 등이 드러나면 형사처벌도 적극 검토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연합뉴스) 고웅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