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바로 전화 안하셔도 됩니다?”
최근 들어 적극적인 구매 권유가 없는 홈쇼핑 프로그램이 늘고 있다. 그 동안 구매 권유를 넘어 구매 설득, 심지어는 구매 강요라는 비난 섞인 소리까지 들어온 홈쇼핑 업계의 일이니 주목할 만한 변화다.
다양한 상품들의 특성에 맞춰 방송을 구성하다 보니 권유없는 프로그램도 만들게 됐다는 게 업계의 설명. 고객에게 눈요깃거리, 정보를 제공하는 의미도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분 단위로 매출을 체크하며 피 말리는 경쟁을 하는 홈쇼핑 업체들이 매출 보장도 안되는 상품에 아무 대가 없이 시간을 할애할 리 없다.
이런 상품들을 취급하는 경우 업체들은 시간당 매출에 비례하는 수수료가 아니라 최저 또는 평균 매출 수수료에 상응하는 방송료를 받는다.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일정액의 프로그램 진행비를 받고 방송한 대표적인 상품은 보험, 창업, 자동차, 아이디어 가전 등. 각 홈쇼핑 업체들은 방송 시간대의 시청률과 판매 대행 계약의 세부 내용에 따라 2,000~7,000만원 정도의 방송료를 받는다.
업체들이 일정액의 방송료를 받는 이유는 처음 소개하는 상품의 경우 판매 결과를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일정 수준 이상의 매출을 올릴 수 있는 기존 히트 상품을 대신해 방송에 출연시키는 만큼 최소한의 수수료는 보장 받아야 한다는 게 업체들의 설명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납품 업체 측에서 먼저 고정 수수료를 내고 방송에 출연하고 싶다고 요청하기도 한다. 판매보다는 광고가 주 목적이다. 30초라는 짧은 시간에 이미지 소개 밖에 할 수 없는 지상파 광고에 비해 홈쇼핑 프로그램에선 30분~1시간 동안 자사 상품의 특장점을 세세하게 소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추세에 대해 일부에선 “기천만원이나 하는 수수료를 목돈으로 내고 홈쇼핑에 출연할 수 있는 상품은 대기업 제품이 대부분일 것”이라며 “그 동안 중소기업 아이디어 상품의 판로로 각광받아온 홈쇼핑이 위탁 판매라는 본업을 잊게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내고 있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아직 고정 수수료를 받는 경우는 일부 상품에 국한돼 있다”며 “이색 상품 취급이 늘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TV를 통한 상품 유통`이라는 기본 사업 취지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영현기자 yhchung@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