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현관 로비(한국 기업문화를 찾아서)

◎기업정신·주력사업 홍보장 역할/화려·시원·단조 등 그룹문화 냄새 물씬/차·비행기 등 전시 시장확대의지 표현한 기업의 문화를 상징하는 것은 많다. 그 가운데 그룹빌딩의 현관로비는 기업문화를 살피는데 아주 중요한 단서가 된다. 임직원들에게는 그룹의 정신을 보여준다. 또 외부 방문객들에게는 그룹이 무엇을 주력사업으로 하고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우선 그룹현관 로비에 무엇이 전시돼 있는가를 보면 그 그룹에서 역점을 두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곳이 현대·대우·기아 등 자동차그룹이다. 이 그룹들의 현관에는 주력차가 성능, 가격표와 함께 전시돼 있다. 현대는 승용차에서 출발해 지프형으로 확대, 갈수록 전시면적이 늘어나고 있다. 이는 자동차에 대한 그룹의 높아지는 관심을 대변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계동의 현대그룹 빌딩은 널찍한 로비가 특별한 관심을 끈다. 시원하다. 건설의 냄새가 물씬 풍긴다. 현대의 모든 빌딩은 복도가 유난히 넓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시원한 빌딩」으로는 한화를 빼놓을 수 없다. 이 빌딩은 정문 출입구가 두곳이며 인근 백화점에서도 진입할 수 있다. 현대와 대우가 건물조성 뒤 전시장을 마련했다면 기아는 건설부터 전시장을 염두에 두고 만들었다. 전시공간이 넓고 2층으로 연결되는 난간의 조형미는 자동차의 에어로다이내믹 스타일을 떠올리게 한다. 자사의 주력분야를 강조하기는 한진을 빼놓을 수 없다. 서소문 그룹빌딩 현관을 들어서면 한눈에 들어오는 것이 비행기다. 재벌그룹의 본사빌딩 현관이라고 보기 어려운 곳도 많다. 선경을 비롯 롯데, 쌍룡, 미원그룹이 대표적이다. 이들 그룹 빌딩에는 그 흔한 그림이나 조각을 발견하는게 쉽지 않다. 선경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상시채용상담실이 로비 좌측에 설치돼 있다는 것이다. 공채를 없앤 뒤 새로 생긴 공간이다. 중구 저동의 쌍용그룹 빌딩도 단조롭다. 결코 화려하지 않은 기간산업을 주력으로한 결과라는게 이 그룹의 설명이다. 화려한 사업구조와 상반되는 로비의 모습을 발견하려면 롯데그룹 빌딩을 가면된다. 호텔, 백화점 등 업종과는 전혀 다르다. 그림 한 점 없다. 미원도 마찬가지. 10여평 남짓한 좁은 공간에 그나마도 자사제품의 전시공간을 배치했다. 식품을 주로하는 알뜰함이 짙게 배어있다는 평이다.<박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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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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