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환율조작 스캔들 일파만파

외환 트레이더 무더기 정직… 미국 은행도 사정 칼바람<br>FT "리보 사태 재현될까 불안 커져"


대형은행들의 환율조작 스캔들이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이 사건에 연루된 고위 외환 트레이더들이 줄줄이 정직을 당하고 사정의 칼날이 미국 은행들로까지 향하고 있다. 특히 전세계 금융시장에서 하루 평균 거래되는 외환 규모는 5조3,000억달러(약 5,562조원)로 우리나라 올해 예산(342조원)의 16배나 돼 혐의가 입증될 경우 지난해의 리보(LIBORㆍ런던 은행 간 금리) 조작사건에 버금가는 파장이 예상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글로벌 대형은행에서 최소 12명 이상의 고위 외환 트레이더들이 환율조작에 연루돼 정직되거나 강제휴가를 떠났다"고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특히 바클레이스는 영국 금융감독청(FCA)이 확보한 환율조작 관련 증거를 받아본 뒤 런던지부 환율 트레이딩 부문 책임자를 포함해 총 6명의 트레이더들을 정직시켰다. WSJ은 "정직된 트레이더 중 4명은 영국은행(BOE)에서 외환시장 규제를 담당하는 '런던외환상임위원회' 임원 출신이라 충격을 더한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유럽 은행에 집중됐던 조사는 대서양을 건너 미국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1일 미국의 JP모건과 씨티그룹은 환율조작과 관련, 당국의 조사에 협조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미국 은행이 환율조작 관련 조사를 받는다고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로써 환율조작에 연루된 은행 중 이름이 밝혀진 곳은 바클레이스ㆍJP모건ㆍ씨티ㆍUBSㆍ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ㆍ도이체방크 등 6곳이며 WSJ는 총 8개 은행이 영국 금융당국에 수사협조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ㆍ영국ㆍ스위스ㆍ홍콩 등의 금융당국은 외환 트레이더들이 서로 경쟁업체 직원임에도 한 채팅방에 모여 정보를 공유해 시장을 조작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담합(The Cartel)' '노상강도클럽(The Bandits' Club)' 등으로 이름 붙여진 이 채팅방에서 각 은행 고위 트레이더들은 자신들의 행동에 따라 움직이는 환율에 대한 농담도 나눴다고 WSJ는 전했다.


금융당국은 트레이더들이 채팅을 통해 그날의 '기준환율(fix)'을 조작한 것으로 보고 있다. 외환시장은 마감이 없는 탓에 특정 시간을 기준으로 60초간 거래추이를 참고해 그날의 기준환율을 정한다. 영국 금융당국은 세계 최대 외환거래소인 런던 외환시장에서 기준환율이 결정되는 오후4시(현지시간)에 트레이더들이 집중적으로 움직였을 가능성에 대해 수사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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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번 사건이 제2의 리보 스캔들로 비화할 것이라는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글로벌 대형은행들은 전세계의 단기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리보를 조작한 혐의로 현재까지 35억달러의 벌금을 물었으며 수십명의 직원을 퇴사시켰다. FT는 은행들이 소송준비금을 마련하느라 지난 분기 실적이 급감했는데 환율조작 스캔들까지 터져 향후 실적도 악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보수성향의 WSJ도 이례적으로 "금융당국이 석유 가격 조작과 관련한 조사에 착수했다"면서 "당국의 가벼운 규제가 결국 잇따른 시장조작을 야기했다"고 비판했다.

한편 현재 환율시장은 전산화의 영향으로 소수의 트레이더들에 의해 움직이고 있어 고위 트레이더들이 줄줄이 정직되면서 당장 외환시장에 혼란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WSJ는 덧붙였다.

이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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