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심층진단] 외국인 국내주식시장 지배력 '눈덩이'

기관 힘부쳐 안방시장 통째로 내줄판 >>관련기사 외국인의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지배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ㆍ국민은행 등 내로라 하는 국내 대표기업의 주식을 싹쓸이하며 국내 주식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일부에선 이대로 가다간 국내 대표기업이 외국인 주주에 넘어가는 물론 시장 전체가 완전히 외국인의 통제아래 놓일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외국인들은 막강한 자금과 정보력ㆍ분석력 등으로 대표 우량 주식을 꾸준히 사들이며 주가지수를 한껏 올리고 있다. 반면 환매 압력에 시달리고 눈치만 보고 있는 국내 기관투자가들은 닭 쫓던 개 마냥 한없이 올라가는 지수만 멍하니 쳐다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대로 가다간 일본처럼 안방 자본시장을 고스란히 외국인 손에 내주고 말 것이라는 자조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 외국인, 국내 주식시장 쥐락펴락 외국인이 국내시장을 주무르고 있다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러나 문제는 주식시장의 외국인 의존도가 갈수록 커지고 구조화하고 있는데다 마땅한 대책도 없다는 것이다. 외국인은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는 등 막강한 정보ㆍ분석력을 갖추고 있는데다 자금력도 절대 우위에 있어 부실채권과 불신에 쌓여있는 국내 기관투자가들이 상대하기엔 역부족인 상황이다. 9ㆍ11 테러 이후 급등장세에서도 개인투자자는 물론 기관투자가들은 눈뜬 장님처럼 쳐다보고만 있었다. 하지만 외국인이 지난 9월부터 12월초까지 3조원 가까이를 순매수하는 사이 주가지수는 9월 중순 463.54포인트를 저점으로 12월초 715.93포인트까지 폭등했다. 공교롭게도 주가가 한창 상승하던 지난 11월말 국제 신용평가회사인 S&P와 무디스는 한국의 신용등급을 상향조정했다. IMF이후 이들 평가기관이 한국의 신용등급을 상향하는 전후시점에는 항상 외국인이 공격적인 매수행진을 지속하고 있을 때였다. 우연의 일치라고 보기 어렵다는 게 시장 관계자들의 한결 같은 지적이다. 반면 같은 기간 기관투자가는 삼성전자 등 대표 우량주를 중심으로 1조원 가까이를 순매도했다. 외국인은 이 과정에서 30조원 가까운 평가차익을 챙겼고 기관투자가는 올라가는 지수만 바라며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실제 잘 나가던 국내 모 투신운용사 운용본부장은 문책성 인사로 쫓겨나기도 했다. 기관투자가는 지수가 700포인트를 넘어서자 뒤늦게 경기가 저점을 통과했느니, 소비심리가 살아나고 있다느니 하며 추격 매수에 가담하고 있는 형국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외국인의 압승과 관련해 기관투자가들이 시장 향방을 잘못 예측한 것은 거시 경제흐름을 파악하는 분석력이 떨어진 데다 세계 자본이동이 버튼 하나로 이뤄지는 글로벌 자본주의 시대에 막강한 자금력을 가진 외국인이 돈의 힘으로 밀어붙였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실력은 물론 자금 밑천에서도 외국인의 적수가 되지 못한다는 얘기다. ◇ 외국인, 선물시장도 좌지우지 선물시장도 외국인 손에 출렁이고 있다. 외국인은 지난 9월 현물시장을 본격적으로 매수하기 전에 선물시장을 먼저 매수하기 시작했다. 9월 5일 1,067억원 누적 순매도를 보였던 외국인은 이후 순매수로 돌아서 11월 27일 1조2,785억원의 누적 순매수를 나타냈다. 지난 9월부터 매입한 외국인의 평균 코스피200 선물 매수단가는 70포인트로 추정되고 있는데 12월 7일 현재 88포인트인 점을 감안하면 외국인은 선물시장에서도 수천억원의 평가차익을 챙긴 셈이다. 외국인은 현ㆍ선물시장을 오가며 종합지수를 뒤흔들고 있다. 선물을 대량 매수, 선물가격을 현물가격보다 높게 올린 후 프로그램매수를 촉발시켜 보유 주식을 처분하는 게 대표적인 예다. ◇ 외국인, 국내 대표기업 주식 싹쓸이 우려 시장 전문가들은 외국인이 삼성전자ㆍ국민은행 등 국내 대표기업 주식을 독식하며 시장 전체를 뒤흔드는 것은 물론 개별 기업의 경영권을 쥐고 흔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SK텔레콤은 대주주 및 관계인, 외국인 및 기관투자가의 지분을 빼고 나면 실제 유통 주식은 2~3% 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삼성전자는 10~13%, 한국통신은 10%, 국민은행은 6%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외국인이 조금만 더 해당 주식을 매수하거나 매도하면 주가가 심하게 출렁일 수 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투신이 하루빨리 신뢰를 회복, 시중자금을 유치하는 동시에 운용의 전문성과 투명성을 제고하는 등 기관투자가가 제 역할을 하지 않는 한 외국인의 주식시장 지배는 막을 수 없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병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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