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제가 의사가 되면 공짜로 고쳐드릴께요"

'영철 버거' 영철씨와 고대생들의 '값없는 사랑'

"아저씨, 제가 의사가 되면 공짜로 고쳐드릴께요" 무일푼에서 시작해 고려대 앞에서 1천원 짜리 `영철 스트리트(Street) 버거'로자수성가를 이뤄 번 돈을 고대에 장학금으로 기부해 화제가 됐던 이영철(37)씨가 과로로 허리를 다쳐 병원에 입원해 주위의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이씨는 어려웠던 시절 일용직 노동을 하다가 허리를 `삐끗'했지만 `영철버거'를차린 뒤에도 하루 18시간이 넘게 장사를 하며 무리를 하다 결국 병을 얻고 말았다. 평소 허리가 겉으로 보기에도 S자로 심하게 휘었던 이씨는 6개월 전부터 디스크증세까지 겹쳤지만 일을 쉬지 않았던 것이 병을 키운 것. `하루라도 고대생들을 만나지 못하면 허전하다'는 이씨는 가만히 서 있지도 못할 정도의 통증을 담배와 주변 산책 등으로 애써 견디며 영철버거를 만드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 하지만 4월말께 허리 통증을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던 이씨는 지금의 영철버거를있게 한 `주고객'인 고대생들의 발걸음이 그나마 적은 여름방학 기간을 이용해 수술을 받기로 결심했다. 가게는 불가피하게 아르바이트생과 아내에게 맡겼지만 직접 고대생들을 만날 수없어 못내 아쉬웠던 그는 가게 앞에 `가게를 비워 미안하다'고 써 붙였다. 이씨가 갑자기 모습을 보이지 않자 영철버거를 그리워하는 고대생들이 이씨의쾌유를 기원하는 메모를 가게에 남기고 있다. 영철버거의 단골 손님이라는 고려대 의과대의 한 학생은 "제가 의사가 될 때까지 조금만 참으세요"라는 메모를 적기도 했다. 이씨는 "매일 고대생들과 웃고 얘기하는 게 삶의 낙인데 입원 때문에 그러지 못하게 돼 몸의 병보다 마음의 병이 생길 것 같다"며 고대생들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보였다. 이씨는 지난해 영철버거를 판 돈으로 고려대에 장학금 2천만원을 기부했고 올해도 이윤이 조금이라도 생기면 수시로 장학금을 들고 고려대를 찾았다. 이씨는 막노동을 하다 몸을 다치자 은행통장에 남아있던 2만2천원을 털어 2000년부터 고려대 앞에서 영철버거를 만들어 팔기 시작했고 지난해 저축의 날엔 국민포장도 받기도 했다. (서울=연합뉴스) 조성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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