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차차세대를 겨냥한 미래 첨단산업 발굴이라는 결코 만만찮은 도전에 직면해 있다. 삼성SDI의 신수종사업인 AM-OLED 제조라인. “삼성종합기술원에서 노벨상을 받는 사람이 나올 수 있습니다.” 지난 1월9일 호암아트홀에서 열린 ‘자랑스런 삼성인’상 시상식에 참석한 임형규 삼성종기원장(사장)이 의미심장한 말을 던졌다. 과학 부문 노벨상은 기초과학 분야에 수여되는 것이 상식. 순수학문을 하는 학계가 아닌 기업 연구소에서 노벨상을 염두에 둔 듯한 뉘앙스를 풍긴 임 사장의 발언에는 ‘반드시 원천기술을 확보한다’는 강한 의지가 담겨 있다. 임 사장은 그로부터 9개월이 흐른 이달 19일 삼성그룹의 미래 신성장동력을 발굴ㆍ육성하는 ‘신수종 태스크포스’의 수장으로 임명됐다. 그와 함께 삼성전자ㆍ삼성토탈ㆍ삼성종기원에서 3명의 임원도 태스크포스로 옮겨왔다. 이들은 모두 삼성의 대표적인 S급 인재다. 미래 첨단사업을 찾기 위한 삼성의 항해가 시작됐다. 삼성종기원 등에서 원천기술 개발 등 기반 닦기에 주력했다면 앞으로는 신수종 태스크포스에서 원천기술에 날개를 다는 가속화 단계로 전환한 셈이다. 이달 중 태스크포스 인선을 마무리 지으면 곧바로 그동안 각 계열사별로 추진해온 신수종 아이디어들을 검토, 될성부른 사업들을 선별하는 작업에 들어간다. 그룹의 한 관계자는 “신수종 태스크포스 출범은 사업화할 아이템 후보군을 정해 1, 2년 안에 원천기술을 토대로 미래형 신수종 사업을 확정 짓는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전사적인 미래 첨단사업 발굴에 나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이 신수종사업을 찾아 나서면서 염두에 두고 있는 ‘롤 모델’은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 GE는 굴뚝기업에서 에너지ㆍ환경ㆍ금융을 축으로 변신하는 데 성공한 전형적인 벤치마킹 대상이다. 최근 최치훈 GE에너지 아시아태평양총괄 사장을 윤종용 부회장의 보좌역실 고문(사장급)으로 영입한 것 역시 이 같은 전략의 일환으로 읽혀진다. 업계에서는 이를 놓고 “삼성 역시 GE처럼 태양광 등 미래형 에너지 사업에 진출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이해하고 있다. 삼성의 신수종사업은 최소 4, 5년 뒤에나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각 계열사별로 상당한 수준의 개발이 이뤄진 차세대 기술들을 활용해 상용화 기간을 최대한 단축할 방침이다. 그룹 주변에선 이와 관련, ‘꿈의 디스플레이’로 불리는 능동형 유기발광소자(AM-OLED)에 주목하고 있다. AM-OLED는 삼성SDI가 2002년부터 경기도 기흥사업장에 파일럿 공장을 마련해 사업화에 박차를 가해온 품목. 최근까지 무려 2,000여건이 넘는 특허를 확보해 놓았다. 9월10일 공식적으로 “양산에 들어간다”고 선언했다. 이미 내년 생산량 300만개는 해외에서 입도 선매된 상태다. 삼성SDI의 한 고위관계자는 “홀로그램 외에는 더 이상 나올 디스플레이는 없다”며 “AM-OLED라는 신수종사업의 결실을 따기 시작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밖에 에너지ㆍ환경ㆍ바이오 역시 삼성그룹이 차세대 신성장동력으로 눈독을 들이는 분야다. 태스크포스 임원진으로 기획통이자 화학 박사인 김태한 삼성토탈 전무를 포함시킨 데서 알 수 있듯 화학 분야에서 신수종사업을 찾는 노력도 병행할 가능성이 높다. 업계에서는 삼성그룹이 조기에 신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해외 인수합병(M&A)에도 적극 나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삼성그룹은 94년 삼성전자가 미국 PC 회사인 AST를 인수 한 후 M&A와는 담을 쌓은 채 자체 성장전략에 몰입해왔다. 그러나 미래 첨단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해외 유망기업을 M&A 하는 전략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시스템LSI 등 비메모리 전문회사에, 금융 관계사들은 국내외 금융사에, 삼성물산과 삼성중공업은 중공업ㆍ에너지 업체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삼성이 M&A 시장에 나선다면 재계 지각변동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