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10월 31일] 韓美 통화스와프의 기대효과

한국 경제가 비로소 금융 위기 불안감이라는 어두운 터널의 끝을 예감할 수 있는 한 줄기 서광을 찾았다. 달러화를 찍어내는 발권국인 미국과 통화스와프 협정을 체결한 것이다. 이로써 한국은 제2의 외환보유액 성격을 지닌 300억달러를 언제든 긴급 수혈받을 수 있게 됐다. 통화스와프란 한마디로 두 나라 간의 일정 계약 조건에 따라 자국 통화를 서로 교환하는 것을 말한다. 다시 말해 한국이 필요할 때 원화를 미국에 맡기는 대신에 달러화를 들여오고 일정 기간이 지난 다음에 달러화와 다시 맞바꿀 수 있게 된 것이다. 이것은 국제통화기금(IMF)의 통화스와프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성격이다. IMF로부터 받는 것은 구제 금융 성격을 지니고 있어 다양한 정책적 제약을 받고 대외 신인도도 떨어지게 된다. 하지만 한미간 통화스와프는 국가 간 협정이므로 이 같은 부담이 없다. 한미 간 통화스와프는 일단 국내 금융시장을 안정시키는 데 큰 힘을 실어줄 것이다. 국내 금융시장 불안의 최대 요소인 외화 유동성 부족 문제가 해결되는 전기가 마련됐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외환보유액이 충분한데다가 미국으로부터 확실히 달러 자금을 공급받을 수 있게 됐기 때문에 시장의 불안 심리는 크게 약화될 것이다. 외화 유동성에 대한 불안감이 제거되면 원화 환율의 급등세와 주가의 폭락세가 진정되고 국제 금융시장에서 한국의 신용 위험도도 낮아진다. 한미 간 통화스와프 소식이 전해지면서 원화 환율은 급락하고 주가가 급등하는 한편 한국 외평채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하락한 것은 이러한 기대감을 반영한 것이다. 이번 통화스와프 체결은 한국 경제에 대한 대외 신인도도 크게 높여줄 것으로 보인다. 사실 미국이 그동안 통화스와프를 체결한 국가들은 영국ㆍ유럽ㆍ일본 등 선진국 중심이었다. 대상국 통화가 적어도 국제 결제 통화이어야 하고 국가 신용등급도 상당히 높아야 하는 까닭이다. 물론 미국의 금융 위기가 한국ㆍ브라질ㆍ멕시코와 같은 중진국으로 파급되면 세계 경제 불안이 더욱 심화되는 데에 대한 부담감도 작용했을 것이다. 하지만 한국 경제의 성장세나 외환보유액 등 기초 여건이 건전하다는 미국의 판단이 이번 통화스와프를 성사시킨 배경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일부 외신에서 제기되는 국가 부도설 등은 이제 잠잠해지리라 생각된다. 한미 간 경제 공조 체제가 굳건하다는 것을 국내외에 과시한 것도 향후 금융위기를 완전히 극복해나가는 과정에서 막강한 원군이 될 것이다. 한국이 그동안 정치군사적으로 미국의 ‘핵우산 체제’ 아래 있었다면 이제 경제적으로는 ‘달러 우산 체제’에 확고히 편입됐음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미국이 한국을 안보적 측면뿐만 아니라 경제적 차원에서도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상대국으로 인정하고 있다는 것은 한국의 대외협상력을 높이는 데 지대한 도움을 준다. 미국과의 통화 협력은 한중일 간 통화 협력의 필요성과 가능성을 증대시켜서 이를 구체화하기 위한 논의를 가속화시키는 지렛대 역할도 할 것이 기대된다. 정부가 이번 경제 외교의 성공으로 통화 정책을 보다 장기적이며 여유를 가지고 운영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것도 뜻 깊은 소득이다. 이제 보다 찬찬히 국내 금융시장의 근본 문제점을 파악하고 정책의 완급과 우선 순위를 설정해 부작용을 최소화하며 금융시장을 안정시키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물론 미국 달러화를 빌리지 않고도 외화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는 경상수지 흑자 방안과 같은 실물 경기 대책을 마련하고 이를 적극 추진해야 함은 당연한 일이다. 경제 주체들도 대내외 여건 변화에 따라 급등락하는 경제 지수에 일희일비하지 말아야 한다. 보다 중장기적 관점에서 합리적인 경제 판단과 행위를 해야 시장의 과잉 반응을 억제하고 모두의 피해를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다. 이번 통화스와프는 글로벌화로 경제 위기가 순식간에 전국가로 파급되지만 역으로 국제 공조 대책이 성공적으로 마련되면 세계 경제 불안이 생각보다 빨리 해소될 수 있다는 희망을 키워주는 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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