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불황여파 건설업체들 시설·보건투자 소홀/올 9월말까지 사망자 586명… 작년보다 31명 늘어/추락·낙하·붕괴 등 재래형재해 예방에 총력계획「건설현장의 재해를 줄이자」 각 건설업체마다 재해추방 결의대회를 비롯, 다양한 재해예방 활동 등 근로자들의 안전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재해줄이기에 총력을 경주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산업재해가 감소하고 있음에도 건설업 부문의 재해는 여전히 증가추세인데다 건설현장에는 항상 재해발생의 위험요인이 상존해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산재감소 100일 집중 계획」에 따라 업계의 재해예방 활동도 더욱 강도있게 추진되고 있다. 특히 동절기를 맞아 한국산업안전공단 등 재해예방기관 등과 연계, 집중적인 안전점검에 나서고 있다.<편집자주>
제조업 등 대부분 업종에서는 재해자와 사망자수가 감소하고 있으나 유독 건설업만은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지하철공사, 고속철도, 신공항건설 등 사회간접자본 시설확충을 비롯한 전국 곳곳의 공사현장에서 크고 작은 사고가 끊이질 않고 있다.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를 비롯한 대구지하철 공사현장 폭발사고 이후 안전의식이 높아졌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다시 분위기가 이완, 크고 작은 사고로 이어지고 있다.
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9월말 현재 건설업 재해자는 1만4천3백61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백95명이 늘었고 사망자는 5백86명으로 31명이 증가, 산업재해의 사각지대로 남아있다.
특히 9월말 현재 전산업 사망자수가 2천21명으로 전년동기 1천9백84명 보다 37명이 늘어난 것은 절대적으로 건설업 재해에서 비롯되고 있다. 더욱이 건설업 재해가 전체 산업재해의 28%를 차지하고 있고 사망자수는 전체사망자의 29%에 이르고 있는 점만 봐도 건설업재해의 심각성을 여실히 입증하고 있다.
건설업 재해는 최근 3년간 전산업 평균 12%이상의 산재율 감소에 힘입어 지난해 재해율 0.81%로 산업재해율 1%미만을 달성했다. 올들어서도 9월말 현재 0.58%의 재해율을 보이고 있지만 신체장해자와 사망자수는 오히려 증가추세를 보여 여전히 심각한 상태다.
같은기간 중 전체 산업의 재해자수는 5만1천8백54명으로 지난해 같은기간 5만2천3백17명에 비해 4백63명이 감소했다. 6월 이후 3개월간 산업재해는 14년만에 증가추세로 반전, 관계자들을 바짝 긴장시키기도 했으나 다행히 다시 감소추세로 반전됐다. 또 사망자수는 9월말 현재 2천21명으로 전년동기의 1천9백84명에 비해 37명이 늘었다.
우리나라가 국민소득 1만달러를 달성한 시기인 95년에 근로자 1만명당 사망자수는 3.4명으로 나타났으나 이는 일본의 0.6명(84년), 미국 0.94명(78년), 싱가포르 1.3명(89년), 대만 1.9명(92년) 등에 비하면 3배 이상 높은 실정이다.
경쟁국과 비교할 때의 이같은 높은 재해율은 크나큰 경제적 손실로 나타나 지난해 산업재해로 인한 직·간접적인 경제적 손실액이 무려 6조8천억원 상당에 달했다. 경상GNP대비 1.8% 수준이며 특히 노사분규로 인한 생산차질액 2조6천억원의 2.6배로 상상을 초월하는 엄청난 금액이다.
건설재해의 심각성은 무엇보다 추락·낙하·붕괴 등 재래형 반복재해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건설업재해 중 사망재해를 당한 업체를 조사한 결과 6백73명의 사망자 중 추락이 3백41명으로 50.7%에 달한 것을 비롯, 붕괴 63명(9.4%), 낙하 62명(9.2%) 등 재래형 반복재해가 69.3%에 달했다.
건설현장의 안전관리상 문제점은 네가지로 집약된다.
첫째는 행정규제완화 분위기에 편승, 노사 모두 안전·보건의식이 해이해졌고 기업도 경기불황 여파로 자금사정이 악화, 안전보건에 대한 투자와 관심에 소홀했던 점을 꼽을 수 있다. 수주경쟁 격화에 따른 출혈수주 및 주택 미분양 등으로 건설업 채산성이 악화되면서 안전시설의 설치 등 안전에 대한 투자가 저조했다는 것이다.
또 공사금액 1백억원미만 건설현장에 대한 안전관리자 선임의무도 기업활동규제 완화조치에 따라 폐지, 현장의 안전관리가 다소 이완됐다는 지적이다.
둘째, 전반적인 건설경기 하락에도 불구하고 고속철도, 지하철 등 사회간접자본시설 확충으로 건설물량이 계속 증가하고 있는데다 미숙련 건설근로자들이 대폭 늘어났다는 점이다. 건설현장은 많아지는데 비해 숙련된 근로자들은 한정돼 있고 그러다보니 비숙련 근로자를 많이 쓰고 그결과 안전사고의 위험이 항상 뒤따르고 있는 실정이다.
세째는 원·하청업체간 안전관리 공조체제가 구축되지 못해 합동안전점검 실시 등 자율안전관리 활동이 부진, 하청업체의 안전관리 실태가 열악하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실제 지난해 건설현장에서의 사망자 6백73명중 41.5%인 2백80명이 20억원 미만의 소규모 공사현장에서 발생해 영세 소규모 사업장이 건설재해의 사각지대로 드러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건설현장의 소홀한 안전대책과 근로자들의 안전의식 결여 등 사업주나 근로자 모두 안전불감증이 아직도 팽배해 있다는 것이 재해증가의 주요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최영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