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자율'서 정부 주도로 급선회…구조조정 강도 높아질듯

■ 400여 개별 대기업 옥석 가리기 착수<br>"버티는 기업들 있다" 李대통령 직접 경고<br>기업 살생부 난무 등 '고난의 5월' 가능성


정부가 30일 발표한 ‘기업 구조조정 추진계획’은 속도와 깊이 면에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예고하고 있다. 신속한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채권단 자율이 아니라 정부 주도로 부실기업을 솎아내겠다는 뜻이다. 대기업 집단과 개별 대기업을 비롯해 중소기업과 개인사업자, 건설ㆍ해운ㆍ조선 등 부실업종 등 대상도 전방위에 걸쳐 있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최근 경제지표가 다소 개선되고 있다는 이유로 ‘조금 버티면 구조조정을 피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기업들이 있을 수 있다”고 경고해 구조조정은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5월은 국내 기업에 살생부가 난무하는 고난의 시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 자율에서 정부 주도로 선회=이날 발표에서 ‘채권단 자율’이나 ‘상시 구조조정’ 등의 원론적인 언급은 거의 사라졌다. 대신 ‘엄중 책임’ ‘현장 점검’ ‘적극 지도’ 등 고강도의 단어가 자리를 채웠다. 정부가 구조조정을 맡긴 채권은행에 불만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면서 전면 개입을 선언한 셈이다. 그동안 채권단은 손실부담 때문에 부실기업의 퇴출에 소극적인데다 별 문제가 없다고 평가한 기업이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등 허점을 드러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반면 지난해 4ㆍ4분기 이후 경기가 급강하면서 기업의 부실화 가능성이 커져 한계기업의 퇴출 필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채권단에 대한 압박도 강해지고 있다. 김종창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주채권은행으로부터 구조조정 추진 상황을 수시로 제출 받고 현장 점검도 실시해 미흡할 경우 엄중한 책임을 묻겠다”며 “은행장이 직접 구조조정 업무를 챙기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구조조정 실효성 제고 방안도 내놓았다. 우선 부실 책임이 있는 경영진이 기업회생절차를 남용해 법정관리인으로 선임되지 않도록 채권단이 법원에 의견을 개진하도록 했다. 아울러 회생 가능한 워크아웃 기업에 신규 자금을 지원할 때 충당금 적립부담을 50% 수준으로 완화하고 채권 동결기간을 연체기간에서 제외하는 등 당근책도 내놓았다. ◇5월부터 구조조정 작업 본격화=이날 발표에서 가장 주목되는 대목은 금융권 신용공여액 500억원 이상인 대기업 가운데 기본 평가에서 불합격 판정을 받은 400여곳에 대해 세부 평가를 실시해 오는 6월까지 살생부를 내놓기로 한 부분이다. 김 원장은 “신용공여액 500억원 이상 대기업에 대한 신용위험평가는 매년 채권단 자율로 실시됐는데 올해는 경제상황을 감안해 추진상황을 상시 점검하고 엄격한 평가가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평가 결과 D등급을 받으면 퇴출 대상이다. 채권은행 협약에 따라 신용공여액이 500억원 미만인 중소기업과 개인사업자에 대해 구조조정을 추진하기로 했다는 점도 눈에 띈다. 구조조정 대상이 대기업ㆍ업종별에서 한발 나아가 전방위로 확산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재벌 구조조정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채권단 등에 따르면 45개 주채무계열 가운데 14개 그룹이 불합격 판정을 받았고 이 중 부실 정도가 심한 11개 그룹과 재무개선약정(MOU)을 체결하기로 했다. 차입이나 인수합병(M&A) 등으로 몸집을 불려 유동성 악화가 우려되는 그룹은 계열사 및 보유자산 매각, 유상증자 등 강도 높은 자구노력을 해야 한다. 김 원장은 “합격 판정을 받은 그룹이라도 경영악화 가능성, 시장 평판 등을 종합 고려해 시장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고 판단되면 약정을 체결하도록 하겠다”며 “다만 불합격 계열도 영업활동의 특수성 등을 감안해 약정체결 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들어 본격 추진되고 있는 건설ㆍ조선ㆍ해운업종에 대한 구조조정도 신속히 마무리한다는 게 금융당국의 방침이다. 금감원은 2차 평가 결과 구조조정 대상이 된 건설ㆍ조선사의 워크아웃 절차는 6월 말까지, 1차 신용위험평가 때 AㆍB등급을 받은 건설ㆍ조선사 중 추가 부실이 우려되는 업체를 대상으로 한 재평가는 5월 말까지 각각 끝내기로 했다. 38개 중대형 해운업체 중 최근 신용위험평가 결과 C등급(3개사), D등급(4개사)을 받은 기업에 대한 구조조정 및 지원방안 이행은 7월 말까지 완료할 방침이다. 나머지 140여개 소규모 해운사에 대한 신용위험평가는 6월 말에 마무리된다. 업종별 구조조정 대상은 관계부처 협의를 통해 선정된다. 구조조정 대상 업종에 대해서는 부실 정리와 함께 경쟁력 강화를 위한 금융 및 세제지원이 병행 추진된다. 김 원장은 “지금은 건설ㆍ조선ㆍ해운 말고 별도로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업종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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