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바이오

[제약회사 CEO 릴레이 인터뷰] 김광호 보령제약 사장

고혈압 신약 2011년 출시 "글로벌사 도약"<br>ARB계열 '피마살탄' 13년 연구 끝 3상시험 앞둬<br>발매땐 연매출 2,000억원대 '블록버스터' 성장기대<br>겔포스·용각산 넘어 간·피부에 좋은 신약 만들고파


30~40대 이상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속쓰림을 치료하는 '겔포스'와 기침가래약 '용각산'을 먹어봤거나 약 이름을 들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보령제약은 올해 처음으로 연매출 2,000억원을 돌파하며 상위권 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 중심에는 다국적제약사 30년 경력의 백전노장으로 '제약 마케팅의 귀재'라 불리는 김광호(60ㆍ사진) 보령제약 사장이 있다. 김 사장은 "오는 2011년 말 발매를 목표로 현재 마지막 단계 임상시험(약효검증시험)을 앞두고 있는 항고혈압 신약 '피마살탄'이 출시되면 고혈압치료제 시장에 지각변동을 가져올 것"이라며 "피마살탄으로 연간 2,000억원의 신규 매출을 올리게 되면 보령제약도 지금과 규모가 다른 글로벌 회사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김 사장과의 일문일답. -고혈압 신약으로 개발 중인 '피마살탄'은 어떤 약물인가. ▦현재 고혈압 치료약물 중 성장률이 가장 높은 'ARB(안지오텐신수용체 차단제)' 계열의 신약이다. 혈압을 올리는 체내물질인 안지오텐신을 차단시켜 치료 효과를 나타낸다. 보령제약이 13년간 개발해온 치료제로 현재 1ㆍ2단계 임상시험이 성공적으로 종료돼 곧 3단계(3상) 최종 임상시험에 들어갈 예정이다. 원할하게 진행되면 이르면 2011년 말 출시할 수 있다. 글로벌 제품으로 키우기 위해 초기 임상을 스위스와 영국에서 실시했다. 지금까지 연구 결과 기존 제품에서 나타나는 마른 기침이나 안면홍조 등의 부작용이 현저히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피마살탄의 예상 매출은 어느 정도인가. ▦국내 ARB계 치료제 시장은 매년 25%씩 성장해 현재 1조원대의 고혈압치료제 중 50%인 5,000억원대 규모를 형성하고 있다. 피마살탄은 국내 제약사가 개발한 최초의 ARB계 신약으로 발매 첫 해 5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한다. 연매출 2,000억원대의 '블록버스터'로 성장할 것이다. 또한 국내개발 신약 중 최고가격에 해외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목표다. -2005년 사장 취임 후 '아스트릭스' 등 주요 제품 매출이 크게 늘었다. ▦아스피린 제제인 아스트릭스를 '심혈관질환을 예방해주는 국민보건 약'이라는 컨셉으로 캠페인을 강화한 것이 효과를 보고 있다. 올해 아스트릭스의 매출은 지난해보다 40% 성장한 160억원대가 될 것이다. 연간 4억5,000만~5억 캡슐이 팔리고 있는데 이는 국내에서 시판되는 정제ㆍ캡슐제형 의약품 중 최대 규모다. 하지만 아직도 필요한 양의 20%도 팔리지 않고 있다고 생각한다. 암환자 등 식욕부진 환자들이 먹는 식욕촉진제 '메게이스'도 '입맛은 살맛이다'라는 캠페인을 펼쳐 널린 알린 결과 30억원이던 연 매출이 1년만에 120억원대로 커졌다. 좋은 약들을 널리 알리지 않는 것은 제약회사의 직무유기다. 보다 적극적으로 홍보해 나갈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보령제약하면 겔포스ㆍ용각산을 떠올린다. ▦겔포스와 용각산은 지난해 각각 160억원ㆍ50억원의 매출을 올린 보령제약의 주력품목이다. 하지만 언제까지 이 제품들의 명성에만 매달릴 수는 없다. 겔포스ㆍ용각산 이미지는 역사 속에서 빛나게 하고 '연구개발력을 갖춘 전문치료제 중심 제약사'로 변모해갈 것이다. 정부의 약가정책에 영향을 덜 받는 일반의약품도 소홀히 할 수 없다. 전체 매출 대비 일반약 매출비율은 지금처럼 20% 정도를 유지할 것이다. 간ㆍ피부에 동시에 좋은 신제품도 만들어 보고 싶다. -보령제약이 글로벌 제약사로 거듭나기 위한 방책은. ▦좋은 약을 자체개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좋은 제품을 들여와 파는 것도 간접적으로 신약을 경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지역별 전문가인 스페셜리스트를 뽑아 전세계 의약품 연구개발 상황을 파악, 좋은 제품을 적극 도입하는 한편 보령제약의 좋은 약을 수출하는 데도 힘쓸 것이다. 스페셜리스트는 의약품 지식 외에 협상기술ㆍ커뮤니케이션 능력을 고루 갖춘 인재를 등용할 계획이다. 공장ㆍ연구소의 규모를 키우기 위해 장기적으로는 이전 계획도 세우고 있다. -30년간 다국적제약사에서 일했다. 국내 제약사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려면 어떤 점을 보강해야 하나. ▦무엇보다 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 외국 제약사의 경우 전문경영인 체제가 자리잡으면서 많은 사람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 오너체제도 신속한 결정을 가능하게 한다는 장점이 있는 만큼 적절히 조화시켜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인간관계에 얽매이지 않는 냉정한 평가와 적절한 보상이 이뤄져야 조직이 발전한다. 인간적인 문화가 밑바탕이 돼 있는 한국 문화에 이 같은 객관적 평가시스템이 보완된다면 시너지 효과가 날 것이다. 아울러 국제경쟁력을 갖추고 투자를 받기 위해 인수합병을 통한 회사 규모 키우기도 고려해야 한다. 보령도 좋은 회사가 있다면 인수합병을 고려할 수 있다. -사장 취임 이후 다국적제약사의 어떤 시스템을 도입했나. ▦영업사원이 자신의 예산을 직접 계획ㆍ실행하며 경영 마인드를 갖출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다. 자기가 맡은 품목에 필요한 예산을 수립ㆍ집행하는 '맞춤식 예산'인 동시에 영업사원이 소사장 역할을 하게 된다. 공동으로 사용하는 팀 예산을 몇 단계 결재를 받아야 쓸 수 있는 기존과 달리 신속한 집행이 가능하고 비즈니스 마인드 제고, 동기 유발 등 긍정적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보령제약의 지난해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R&D) 투자비율은 3.5%로 높지 않다. ▦일정한 비율로 매년 꾸준하게 연구개발에 투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감(R&D 과제)이 생겼을 때 집중투자할 수 있는 여력을 비축해놓는 것도 중요하다. 지금부터 투자를 늘리고 피마살탄이 제품화되는 2012년 경이며 R&D 투자비율도 급격히 올라갈 것이다. 30년간 다국적사서 한우물 '제약 마케팅의 귀재' ● 김광호 사장은 김광호 보령제약 사장은 지난 2004년 사노피-신데라보 코리아 부사장을 그만둘 때까지 30년간 다국적제약사의 영업ㆍ마케팅 분야에서 한 우물을 팠다. 특히 혈전치료제 '플라빅스'를 국내 처방약 매출 1위 품목으로 키워내 '제약 마케팅의 귀재'라는 찬사도 들었다. 그가 사노피 부사장직을 그만뒀을 때 사람들은 당연히 다른 다국적제약사의 사장으로 가겠거니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보령제약을 선택했다. 김 사장은 그 이유에 대해 "보령제약이 가장 한국적인 이미지를 지녔으며 좋은 제품을 갖춘 경쟁력있는 제약기업으로 성장할 가능성을 봤다"고 설명했다. 김승호 보령제약 회장과 같은 충남 출신이라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김 사장은 직원들과의 대화를 중시하며 열린 경영을 추구한다. 15층에 있는 사장실 문은 직원 누구나 들어올 수 있게 항상 열려 있다. 이 때문에 김 사장의 직무실은 들락거리는 직원들로 늘 분주하다. 제약회사 최고경영자(CEO)로는 드물게 수의학 박사 출신이라는 점도 눈길을 끈다. 그는 "국내 제약사에서 근무하니 좋은 약으로 국민보건을 책임진다는 사명감을 느낄 수 있어 좋다"며 "다국적제약사의 오랜 근무경험을 살려 보령제약을 글로벌 제약사로 키워내겠다"고 다짐했다. ◇약력 ▦1948년 충남 대천생 ▦대천고 ▦건국대 수의과ㆍ대학원(수의학 박사) ▦1975년 한국바이엘 입사 ▦1986년 바이엘코리아 영업본부장 ▦1996년 사노피-신데라보 코리아 부사장 ▦건국대 겸임교수 ▦2005년 보령제약 사장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