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자원개발의 신역사

[시론] 자원개발의 신역사 이원걸 지난해 사상 초유의 고공행진을 벌이던 유가가 올들어 다소 안정되는 모습을 보이자 유가에 대한 낙관론이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고 있다. 그러나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추가감산 가능성과 이란ㆍ이라크 등 중동 지역 정세의 불안 등 유가 안정을 위협하는 요인들이 여전해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또한 연초부터 지난해 에너지수입액이 무역흑자의 5배에 달하는 857억달러(잠정치)를 기록해 최대 수출품목인 반도체와 자동차 수출액 699억달러를 훨씬 넘어섰다는 보도와 함께 러시아와 벨로루시간 가스공급 분쟁이 발생해 유럽 전역이 떨어야 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다행히 양국간 협의로 이 문제는 원만히 해결됐지만 다시 한번 일촉즉발의 국제 에너지정세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었다. 중국ㆍ인도를 중심으로 세계적인 자원 확보 경쟁은 점입가경으로 치달아 가히 전쟁 수준에 가까운 지경이다. 또한 베네수엘라 차베스 정부의 잇단 자원국유화조치와 러시아의 가스분쟁을 통한 지배력강화전략에서 보듯 자원보유국은 자원에 대한 통제권을 날로 강화하며 에너지와 자원을 국익 확보를 위한 무기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에너지의 97%를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로서는 에너지 도입 가격면에서 뿐만 아니라 안정적 물량확보 측면에서도 이 같은 국제 에너지 환경 변화는 중대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다행스럽게도 참여정부 출범 후 정상 자원외교를 통해 국제 에너지 환경 변화에 적극 대처하며 해외자원개발사업이 국가적 어젠다로 격상되고 투자가 크게 늘어나고 있는 것은 고무적이다. 특히 자원보유국과 우리나라가 윈윈할 수 있는 패키지형 자원개발전략을 찾아냄으로써 자원민족주의를 능동적으로 활용하는 틈새전략을 발굴한 것은 25년의 우리나라 해외자원개발 역사상 획기적인 사건으로 기록될 만하다. 지난해 3월 노무현 대통령이 정상 자원외교를 통해 나이지리아에서 총 20억배럴 규모의 노른자위 광구 2개를 확보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당시 인도 국영석유회사는 2개 광구에 우리보다 훨씬 높은 가격으로 응찰했으나 한국 컨소시엄이 나이지리아의 부족한 전력 사정에 착안, 발전사업 진출과 유전 확보를 연계하는 카드를 활용함으로써 탐사권과 운영권을 확보했다. 그 결과 우리는 1.5년치 석유사용분인 12억배럴을 매우 저렴한 가격으로 확보하고 33억달러 규모의 발전소 건설을 위한 각종 플랜트, 전력기자재 등의 수출도 가능하게 됐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지난해 연말에는 100억달러 규모에 달하는 나이지리아 철도현대화사업과 생산유전 지분 매입을 연계한 프로젝트를 성사시켰다. 나이지리아 측은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던 철도현대화사업을 조기에 착수할 수 있게 되고 우리 측은 철도현대화 프로젝트 수주와 함께 생산유전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한국의 기술과 나이지리아의 자원을 서로 주고받는 윈윈전략의 걸작품이었다. 이처럼 자국의 경제발전 열망을 가진 산유국은 경제발전 경험과 기술이 필요한데 우리는 조선ㆍ전력 등 플랜트 건설, 엔지니어링 부문에서 세계 일류의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우리의 경험과 기술을 자원보유국에 제공하면서 에너지ㆍ자원 개발권을 요청하면 나이지리아 사례에서 보듯 우리의 협상력을 높일 수 있다. 자원민족주의가 아이러니하게도 자원개발 후발주자의 불리함만을 탄식하던 한국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 셈이기도 하다. 나이지리아에서 확인한 패키지형 자원개발 모델을 더욱 확산시키기 위해서는 에너지 공기업, 민간 자원개발기업 및 자원개발 지원기관으로 구성된 ‘에너지산업 해외진출협의회’가 전략본부가 돼 국가별 특성을 심도 있게 연구하고 조사단 파견을 통해 특정 국가에 적합한 맞춤형 연계 프로젝트를 적극 발굴해나가야 한다. 또한 자원외교를 통해 사업 참여 여건을 조성하고 우리 기업의 진출을 적극 지원한다면 가까운 장래에 동반진출의 희소식이 세계 곳곳에서 들려올 것을 확신한다. 패키지형 동반진출전략은 자원개발 후발주자인 한국의 기업들에 다윗의 돌멩이처럼 작아 보이지만 단단한 경쟁수단이 돼 세계 메이저 석유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날을 앞당겨줄 것이다. 입력시간 : 2007/01/25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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