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철만 되면 특수를 누려왔던 음식ㆍ관광ㆍ제지ㆍ인쇄업계 등이 17대 총선을 앞두고 강력한 불법선거 단속과 공명선거 분위기 확산으로 울상을 짓고 있다. 특히 조류독감, 광우병 등으로 불황의 직격탄을 맞았던 음식업계는 “이번 총선은 우리를 두 번 죽이는 셈” 이라며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대형 음식점인 하림각(서울시 부암동)의 장인호(46) 영업차장은 “예전만 해도 선거철을 한 달 앞둔 이맘 때가 가장 바빴다 ”며 “이번 총선에는 특수는 고사하고 하루 매출액이 반으로 줄 정도로 타격이 심하다”고 말했다. 단체 손님은 물론 매달 이곳에서 모임을 갖는 친목회들조차 지난달부터 “선거 때 괜한 오해를 받고 싶지 않다”며 3, 4월 모임을 줄줄이 취소하고 있기 때문.
지방도 상황은 비슷하다. 경주 시내에서 닭ㆍ오리 전문식당을 운영하는 하상용(48) 사장은 “3월 들어 단체손님이 40% 가까이 줄고 있으니 이번 총선이 조류독감으로 타격을 받은 음식점들을 두 번 죽이고 있는 셈”이라고 푸념했다.
이맘때 즘이면 예약이 폭주했던 관광업계도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어졌다. 광주광역시의 S관광은 단체 이용객들이 선거법 위반을 우려하면서 주말예약이 무려 90%까지 급감했다. 이 회사 나모(41) 부장은 “시골 부녀회, 노인회 분들마저 선관위 눈치를 살피는 걸 보고 `이제 선거특수는 완전히 사라졌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화성시의 D온천도 이용자가 평소보다 30∼40% 가량 줄었다.
인쇄업계도 사실상 선거특수가 사라진 분위기다. 충무로에서 비교적 규모가 큰 M인쇄의 경우 지난 16대 총선에 비해 선거물량이 70% 가까이 감소했다. M인쇄의 정모 사장은“주변의 소형 인쇄 사들은 아예 선거용 명함, 편지봉투 주문조차도 없다”며 “선거를 앞두고 이렇게 장사가 안되기는 처음”이라고 한탄했다.
이처럼 선거특수가 오히려 `선거불황`으로 돌변한 것은 무엇보다 강력한 불법선거 단속때문으로 분석된다. 선거법위반 사례를 신고하면 최고 50배의 보상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최근에는 `선파라치(선거 파파라치)`까지 등장할 정도. 특히 이번 총선을 통해 `국회를 물갈이 하자`는 사회적 인식이 확산되면서 공명선거에 대한 유권자 의식도 한층 성숙된 점도 선거불황의 주 요인으로 꼽힌다.
김찬홍 한국음식업중앙회 경북지회 국장은 “90년대 초만 해도 선거철이면 경북지역 음식점들의 매출이 50% 이상 올랐지만 이번 총선은 단속이 워낙 심하다”며 “이번 총선을 계기로 음식업계에서 선거특수라는 말은 영원히 사라질 듯하다”고 말했다.
<이재철기자 humming@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