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연초부터 경제와 민생 챙기기에 여념이 없다.
노 대통령은 올해 신년사에서 “올해만큼은 서민들도 경기회복을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후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경제 보듬기`에 나서고 있다.
노 대통령이 지난 6일과 7일 연속으로 한ㆍ칠레 자유무역협정(FTA)에 반대하는 농민단체와 찬성하는 농민단체를 각각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한 데 이어 8일에는 국회를 직접 방문해 한ㆍ칠레 FTA 비준 동의안 처리를 호소한 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노 대통령은 14일로 예정된 연두기자회견에서도 경제를 최우선으로 챙기겠다는 의지를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그 이튿날에는 언론사 경제부장단을 만나 경제현안을 논의하고 19일에는 재계 총수들과도 만날 예정이다. 설 전에 중소기업의 생산현장도 방문할 것이라고 한다. 하루하루가 살기 힘든 서민들이 외환위기 때보다 더 큰 고통을 느끼고 있는 때에 경제부터 챙기려는 대통령의 의지는 백번 옳은 일이다.
하지만 떨떠름한 느낌을 지울 수 없는 것 또한 솔직한 심정이다. 서민들의 생활이 어려운 건 비단 어제오늘의 일이 아닐 것인데, 한동안은 잠잠하다 왜 하필 4월 총선이 다가온 시점에서 마치 사생결단이라도 내려는 듯 경제와 민생에 매달리느냐 하는 의문이 든다. 사실 노 대통령이 진정으로 서민을 위하고 경제를 생각하고 있다면 자신이 국민들에게 한 약속만 충실하게 지키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노 대통령이 경제를 최우선으로 챙기겠다고 말한 것은 한두번이 아니어서다. 대통령직인수위 시절에는 경제가 최우선이 돼야 한다며 경제현안 보고를 국정업무보고의 첫 순위로 정했고, 취임 100일에도 경제를 국정운영의 최우선 목표로 두겠다는 약속을 되풀이했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그 말은 지켜지지 않았다. 노 대통령은 경제를 챙기겠다는 대국민 약속을 저버린 채 1년 내내 정책보다는 정쟁에 함몰해 있던 정치권의 한가운데에 서 있었다. 정책을 챙기고 정쟁을 잠재우기보다는 재신임ㆍ대선자금카드를 들이대 오히려 혼란을 자초하는 우(愚)를 범한 게 사실이다. 많은 기업과 국민들이 노 대통령의 경제 챙기기 행보에 `혹 총선용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올해만큼은 노 대통령이 경제를 확실하게 챙겨주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박동석 기자 정치부 everest@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