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사업 진행 과정에서 모든 의사 결정을 코레일 독단으로 처리하겠다는 제안이다."민간출자사의 한 관계자는 코레일이 지난 15일 통보한 용산개발사업 정상화 방안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사업규모가 준다 해도 수십조원에 달하게 될 대형 프로젝트인데 어떻게 코레일이 무소불위의 권한을 행사할 수 있을까.
출자사들은 코레일이 제시한 수권자본금 증액안에 주목하고 있다. 랜드마크 빌딩 매매계약 해지 조건과 맞물리게 되면 향후 추가 자금조달이 어려운 드림허브PFV로서는 증자 이외에는 대안이 없게 된다. 특히 주주협약을 해지하고 이사회의 절반을 코레일이 장악하게 되면 민간출자사들은 사실상 코레일을 견제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조차 갖지 못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한편 용산개발사업의 건설물량을 보고 투자에 참여했던 건설사들도 시공권을 회수하는 코레일의 정상화 방안에 불만을 드러내며, 공동 대응방안을 찾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랜드마크 선매각 계약 해지 요구…증자는 필연= 정상화방안이 공개되자 민간출자사들은 무엇보다 코레일의 의도가 의심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출자사 관계자는 "기득권을 포기하라는 것이 아니라 주주로서의 최소한의 권리마저 내놓으라는 요구"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민간출자사들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이 수권자본금을 현재 1조4,000억에서 5조원으로 늘리자는 안이다. 코레일은 지금 당장 증자를 하는 것이 아닌 향후 외부 투자자 유치를 쉽게 하기 위한 방안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민간출자사들은 코레일이 선매입하기로 한 4조1,000억원 규모의 랜드마크 빌딩 '트리플 원' 매매계약을 해제해야 한다는 조건이 결국 수권자본금 증액안이 실제 증자로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자본금이 바닥 난 드림허브의 유일한 자금 확보 방안이 랜드마크 선매각 대금을 담보로한 금융권의 브릿지론 밖에 없는 상황에서 랜드마크 빌딩 매매계약 해지는 곧 증자를 통한 추가자금 확보를 의미한다는 얘기다.
출자사들이 더욱 우려하는 것은 "코레일이 경영권 장악을 위해 증자를 유도하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관측이다.
한 출자사 관계자는 "코레일의 의도대로 5조원까지 증자를 하게 되면 현재의 주주 가치는 5분의 1수준이 되며 수익도 기대할 수 없다"며 "더욱 큰 문제는 드림허브 이사회를 장악한 코레일이 결정하면 이를 막을 수 있는 수단이 없다는데 있다"고 설명했다.
◇건설투자자, "외부 건설사보다 유리한 점이 뭐냐"= 건설투자자(CI)들 역시 코레일의 이번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분위기다. 애초 사업이 처음 시작될 때 건설투자자들은 용산개발사업의 시공권에 대한 배타적 권리를 갖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 2010년 건설투자자들이 지급보증을 거부한 탓에 2차 사업협약부터는 전체 공사발주물량의 20% 가량만 기본배정물량으로 인정됐다. 하지만 이번 코레일의 정상화 방안에 따르면 향후 건설투자자들은 20%의 기본배정물량도 포기해야 하며 잔여시공물량도 공개경쟁방식으로 진행된다. 사업의 리스크를 부담하는 투자자지만 다른 외부 건설사들보다 유리한 점은 없는 셈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용산개발사업에 투자자로 참여할 필요가 없는 것"이라며 "논의를 해봐야 하겠지만 수익도 나지 않는 사업을 끌고 갈 필요가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건설투자자들은 조만간 코레일의 제안에 대해 건설사들끼리 모여 논의를 하고 공동 대응을 모색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코레일이 제안한 '상호 양보'에 대해서도 민간출자사들은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민간출자사들은 2차 사업협약에서 코레일이 약속했던 4조5,000억원 안팎의 지원자금 규모가 이번 정상화방안에서 2,600억원으로 턱없이 줄었다고 지적하고 있다. 게다가 사업이 지속된다면 당장 지원하기로 한 2,600억원도 향후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전환사채를 매입하는 것이어서 코레일로서는 불리할 것이 없다.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차환에 필요한 반환 확약(사업 무산 시 토지대금을 반납하겠다는 약속)은 코레일이 당연히 해줘야 하는 부분이다. 건설사의 한 관계자는 "상호양보라고 하는 도대체 코레일은 무슨 양보를 한다는 것인 것 납득할 수 없다"며 "파산에 따른 손실이 두려운 건설사들을 억지로 끌고 가려는 전략으로 보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