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벤처캐피탈 자생력 키워야

며칠 전 취재차 만난 한 대형 벤처캐피털의 투자심사역. 그는 상당히 기분이 좋아보였다. 자신이 공을 들여 투자한 기업이 기업공개(IPO)나 인수합병(M&A) 등을 거쳐 상당한 이익을 안겨줬기 때문이다. 결산이 끝나면 두둑한 보너스를 기대할 수 있을 정도. 그는 “국내 증시가 상승추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여 올해는 IPO의 해가 될 것”이라며 장밋빛 전망을 들려줬다. 따지고 보면 벤처캐피털들이 요즘처럼 ‘제대로’ 동기 부여된 적도 별로 없을 듯하다. 벤처거품이 꺼진 지 5년 만인 지난해부터 ‘황소장세’로 돌아선 코스닥 시장의 기세가 아직 등등하고 벤처산업 활성화에 따른 투자자금도 여유로운 편이다. IPO에 치중됐던 이익회수 수단은 우회상장, 바이아웃(Buy-out) 등으로 다양화돼 투자에 따른 리스크도 많이 덜었다. 굳이 표현하면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에 가까운 상황이다. 그럼 1년 전인 지난해초 업계 사정은 어땠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지금과는 영 딴판이었다. 연말에 돌아올 1조2,000억원 규모의 벤처조합 청산 문제, 손실보전 규정을 담은 우선손실충당 제도와 같은 불합리한 관행 등 골칫거리가 수두룩했다. 업계 대표들은 이런 고충을 정부에 알리느라 바빴다. 달리 보면 지금의 나아진 형편은 업계가 스스로 힘쓴 덕분이기도 하지만 크게는 정부의 벤처인프라 지원의지가 시장에서 먹혔기 때문이다. 이는 업계가 본질적으로 달라진 것은 많지 않다는 뜻이기도 하다. 소위 ‘잘나가는’ 업계의 해묵은 지난 얘기를 꺼낸 이유는 자만하지 말고 본업에 정진하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투명하고 체계적인 투자 및 이익회수 시스템을 정착시켜 무분별한 투자를 막고 투자한 기업과의 협력관계도 의례적이고 상투적인 구호 이상이 돼야 한다. 증시가 상승세인 만큼 이익회수 등을 놓고 기업과 마찰이 빚어질 수 있기에 더욱 그렇다. 노력 여하에 따라 올해가 진정으로 업계의 자생력을 키우는 원년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벌써부터 내년 이맘때쯤 업계의 사정이 어떻게 달라져 있을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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