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전망은 윤씨가 대통령 수행단의 일원으로 미국을 방문한 만큼 그 신분을 유지한 채 현지 수사 기관의 조사를 받을 경우 국가 이미지에 큰 손상을 입게 되고 미국과도 외교적으로 껄끄러운 상황이 연출될 수 있기 때문에 신변을 정리하려고 한국으로 서둘러 돌아온 것이 아니냐는 관측에 바탕을 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검찰 출신의 한 법조계 원로는 10일 “윤창중 전 대변인은 대통령의 공식 수행원으로서 미국에 갔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인사는 “외교관처럼 면책특권이 조약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지만 관례상 대통령 수행원의 범죄를 문제삼는 것은 양국 모두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윤씨가 혼자 한국으로 왔는데 정말로 몰래 빠져나온 건지, 주미 한국대사관이나 관계 당국 등에 연락을 하고 나온 건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어쨌건 수행원 신분으로 당장 조사를 받는 상황은 피하자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즉 윤씨가 일단 한국으로 귀국한 뒤 대변인에서 물러나는 등 신변을 정리한 뒤 일정 시점에 미국에 자진 입국해 조사를 받는 방안이 처리 절차상 매끄럽다는 것이다. 윤씨는 이미 현지 시간으로 9일 전격 경질돼 민간인 신분이 됐다.
청와대나 외교부·법무부 등 정부 당국도 이번 사건과 관련해서는 당장 구체적인 입장을 내놓기가 곤혹스러울 수 있다.
법적으로는 미국 수사기관이 1999년 12월 발효된 한미 범죄인 인도 조약에 따라 도주한 범법자의 신병을 넘겨달라고 요청을 할 수 있다.
그러나 범죄인 인도 대상이 되려면 1년 이상의 자유형(징역·금고·구류) 또는 그 이상의 중형으로 처벌할 수 있는 범죄 혐의자여야 한다.
윤씨의 성추행이 현재까지 세간에 알려진 수준이라면 워싱턴 DC법상 경범죄(misdemeanor)에 해당할 수 있다. 경범죄 수준일 경우 이는 1,000달러 이하의 벌금이나 6개월 구류형에 해당돼 인도 대상이 될 수 없다.
검찰 출신 관계자는 “윤씨가 차후 자진 출국해 조사를 받는 방안이 형사 사법절차로 보나 외교적으로 보나 자연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수년 전 미국에서 성범죄를 저지른 프랑스의 스트로스 칸 전 IMF 총재의 경우처럼 미국에서 사법 절차는 원칙대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며 “개인 범죄인 만큼 윤씨 본인이 직접 미국에 들어가서 조사를 받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디지털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