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 주식인수 계약 승인을 위해 19일 오전9시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 12층 회의실에서 열린 이사회는 시종일관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참석한 13명의 이사들은 국민은행의 성장을 위해 외환은행 인수가 필요하다는 데는 의견일치를 보였지만 최근 론스타에 대한 국민들의 정서와 앞으로 국민은행이 겪을 수 있는 리스크들을 생각하면 본계약 승인에 대한 부담이 적지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미 4주로 예정됐던 실사기간을 3주 동안 연장했고 이사회 소집을 이유로 정밀실사 후 1주일의 시간이 흘러 사실상 우선협상대상자로서의 지위가 론스타와 최초 합의했던 것보다 4주나 연기된 상황이다. 따라서 인수합병(M&A) 관례상 본계약 체결을 뚜렷한 명분 없이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상황이 이사들의 마음을 무겁게 만든 것이다.
하지만 국민은행과 론스타가 최종 대금납입에 대한 조건을 명문화했고 최종 인수가격도 국민들의 정서를 감안해 914억원을 깎은 것이 이사들의 부담감을 줄여준 것으로 알려졌다.
도시락으로 점심식사를 하며 4시간30분 동안 진행된 이날 이사회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논의된 사항은 외환은행 인수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국민의 정서 문제였다.
정동수 국민은행 이사회 의장은 이사회를 마친 후 “대부분의 이사들은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에 대해 검찰의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론스타가 4조원이 넘는 차액을 얻고 한국을 떠나는 것에 대해 ‘방조자’라는 오해를 받아선 안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며 “이에 따라 일부 이사들은 본계약 체결을 검찰수사와 감사원 감사 이후로 연기해야 한다는 주장도 폈다”고 말했다.
정 의장은 “그러나 국민은행의 미래 성장을 위해 본계약을 미룰 수는 없고 대금납입을 검찰수사와 감사원 조사가 마무리된 시점 이후로 잡아 이사들을 설득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국민은행은 론스타와 본계약을 체결하더라도 사후 론스타의 소위 ‘먹튀’를 도왔다는 오해를 풀어야 하는 것도 숙제로 남아 있다.
하지만 국민은행이 앞으로 외환은행 인수를 마무리짓기까지 넘어야 할 산은 적지않다. 우선 금융감독위원회의 대주주자격 승인을 받아야 하고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심사가 남아 있다. 국민은행은 지난 2004년 9월 증권거래법 위반으로 금감위로부터 벌금을 부과받은 바 있어 오는 22일 금감위에 신청할 예정인 대주주자격 승인도 쉽게 받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이와 함께 론스타에 대한 검찰의 수사와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라 외환은행 인수는 원점으로 돌아갈 가능성도 아직은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국민은행의 한 관계자는 “이제 외환은행 인수는 국민은행의 손을 떠났다”며 “이제 론스타와 할 수 있는 모든 계약은 체결이 완료된 만큼 금융당국과 검찰ㆍ감사원의 판단에 따라 외환은행 인수는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