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도로의 敵 '포트홀' 버스차로 노린다

검증 안된 재료ㆍ부실 시공관리 탓..대형참사 위험

최근 집중호우로 도로 곳곳이 패어 나가 교통사고 위험요인으로 등장하면서 버스전용차로의 재질이 빗물에 취약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오토바이로 `퀵 서비스'를 하는 박모(42)씨는 27일 밤 급한 마음에 버스전용차로에 들어섰다 움푹 패인 웅덩이(포트 홀ㆍPot hole)에 바퀴가 빠지는 바람에 급히 손잡이를 꺾는 아찔한 경험을 했다. 다행히 큰 사고는 면했지만 하마터면 큰일 날 뻔한 순간이었다. ◇ 버스전용차로 `속수무책' = 포트 홀은 특히 버스전용차로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서울시가 2004년 설치한 미아로(도봉구 도봉동∼종로구 서울대병원 후문 앞) 버스전용차로는 포트 홀을 임시방편으로 메워와 거의 `누더기'가 됐다. 연일 쏟아붓는 비로 한 곳을 때우면 다른 곳에 구멍이 생기는데다 땜질식 처방이 집중호우를 견디지 못해 때운 자리에 다시 웅덩이가 패기도 한다. 버스로 출퇴근하는 조모(26ㆍ여)씨는 "여기저기 생긴 구멍과 `땜질' 때문에 버스가 심하게 덜컹거린다"고 불편을 호소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버스전용차로가 빗물에 취약한 원인으로 재료가 일반 도로에쓰이는 아스팔트가 아니라는 점과 시공 및 관리 감독의 문제점 등을 지적한다. 더구나 버스전용차로는 공사비가 일반 아스팔트 도로보다 70% 가량 더 든다. 현대건설 기술연구원 이석홍 수석연구원은 31일 "버스전용차로는 일반 도로와 달리 붉은 색을 내기 위해 검은 아스팔트가 아닌 투명 접착제를 사용했는데 이 접착제의 성능이 아직 제대로 검증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건설기술연구원 황송도 박사는 "버스처럼 무거운 차량을 위한 전용도로라면 좋은 재료로 정밀하게 포장해야 하는데 영세 업체에게 하도급을 줘 시공과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서울시도 문제는 인정한다면서도 버스전용차로가 이제 시작 단계라 발생하는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서울시 건설안전본부 관계자는 "초기에 개발된 접착제를 쓴 곳에서 문제점이 지속적으로 노출돼 성능을 조금씩 개선하고 있다"며 "작년 말 시공한 시흥대로 버스전용차로에 쓰인 접착제는 성능이 뛰어나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경찰이 교통 통제 등을 이유로 심야에만 작업을 허락해 짧은 시간에 어둠 속에서 작업을 끝내야 한다"며 열악한 여건 때문에 시공이 충실히 이뤄지지못한다고 나름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기후 요인과 기술 축적이 이뤄지지 못하는 시스템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황송도 박사는 "외국도 버스전용차로를 도입한 사례가 있지만 우리와 환경이 다르다"며 "우리나라는 큰 연교차로 수축과 이완이 반복돼 도로가 쉽게 변형되는데다 집중호우까지 내리는 등 버스전용차로에 적합한 기후가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석홍 연구원은 "버스전용차로를 야심차게 추진하는 서울시도 정작 장기적인 연구와 기술 축적을 위한 토목연구소 하나 갖추지 못한 실정"이라며 "대중 교통을 활성화한다는 취지는 좋았지만 졸속으로 도입한 측면이 없지 않다"고 꼬집었다. 현재 서울시내 버스전용차로는 7개 구간 57.1㎞에 달하고 연말까지는 한강로(제1한강교∼삼각지역) 구간 등 2개 구간에 걸쳐 약 10㎞를 추가 설치될 예정이다. ◇ `포트 홀' 대형사고 예고 = 장마 때 쏟아진 기록적 폭우로 도로 곳곳에 이런`포트 홀'이 생겨 위험한 상황을 만들어 내고 있다. `포트 홀'이란 도로 표층이 떨어져 나가 냄비처럼 구멍이 패인 것을 일컫는 토목용어. 접착제 구실을 하는 아스팔트가 엮고 있는 골재에 빗물이 섞여 접착력이 약해진데다 도로에 스며든 뒤 자동차 바퀴에 눌린 빗물이 큰 수압으로 골재를 밀어내면서 약해진 도로 겉표면이 떨어져 나간다. 포트 홀은 보통 직경 10∼30cm, 깊이 5∼10㎝ 밖에 안 되지만 그 사이로 물이 들어가고 차량이 계속 다니도록 방치하면 파손 규모가 더욱 커져 자칫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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