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천냥 빚'을 갚는 사과



지난 1일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이 진도에서 세월호 사고 실종자 가족들에게 사과한 사진이 보도됐다. 면도하지 않아 덥수룩하게 자란 턱수염에 초췌한 모습으로 성난 가족들 앞에 서서 "제가 죄인입니다"라고 말하며 고개를 숙인 모습이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세월호 사고에 대해 사과의 뜻을 밝힌 모습과 대비됐다.

최근 들어 박 대통령의 국무회의 사과에 대해 유족 및 야당을 중심으로 "진정성이 결여됐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또 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급락하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들이 속속 발표됐다. 이는 정부에 대한 비판 여론이 최고 책임자인 박 대통령에게 향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과 참모들 입장에서는 억울할 법도 하다. 박 대통령이 사건 발생 직후인 지난달 17일 진도를 찾았고 지난달 29일에는 안산 합동분향소를 찾아 유족들을 위로했음에도 사과의 진정성 논란에 더해 '분향소 할머니 연출 논란'마저 불거졌으니 말이다. 그만큼 이번 사건으로 국민들의 정부에 대한 불신이 커졌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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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이 "과거부터 쌓여온 적폐를 다 도려낼 것"이라고 말했듯 이번 사건의 근본 원인으로 지적된 안전 불감증, 관료 조직의 병폐가 이 정부만의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서 박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신뢰감을 심어주는 데 한계를 드러냈다는 사실이 최근의 진정성 논란과 여론조사가 보여주는 결과일 것이다. 사과만이 능사는 아니지만 국민들이 원한 것은 이 장관의 사과처럼 유족들 앞에 서서 솔직하게 잘못을 인정하는 모습이 아닐까.

박 대통령이 2일 청와대에서 종교 지도자들과 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 "대안을 가지고 국민들께 사과를 하면서 말씀을 드리는 게 도리"라며 대국민사과를 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은 그동안의 논란을 불식시키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보인다.

조만간 박 대통령이 밝힐 대국민사과와 후속 대책이 "말 한 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는 속담처럼 이번 사고로 생겨난 국민들의 불안과 불신을 해소하는 계기가 되기를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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