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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기(몬순)에 접어들지 않은 인도에 때아닌 장대비가 내렸던 지난 14일 새벽3시(현지시각) 뉴델리의 인디라간디국제공항 부근 8번 국도(National high way 8). 인도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4차선 도로'에 차들이 가다 서다를 반복하며 극심한 교통혼잡이 빚어졌다. 그 이유를 묻는 질문에 "대형트럭과 비 때문"이라고 택시기사는 말했다. 교통체증을 막기 위해 델리주는 낮 동안 대형트럭 진입을 막고 있는데 이 때문에 공항으로부터 물류 운송을 담당하는 트럭들이 새벽에 몰릴 수밖에 없고 이날 내린 비로 인근 도로들이 물에 잠겨 교통이 엉망이라는 것이다. 심야에 공항에서 불과 15㎞ 떨어진 뉴델리의 한 호텔에 도착하기까지 1시간30분이 넘게 걸렸다. 열악한 인프라 때문에 세계은행의 올해 기업환경평가보고서에서 총 189개국 가운데 134위에 그친 인도의 현주소를 보여준 장면이다.
총선 기간 '모디 물결(Modi wave)'로 표현되던 나렌드라 모디의 인기는 지난 16일 총선 결과가 발표된 뒤 "쓰나모(쓰나미+모디)가 됐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하고 있다. 실제 18일 뉴델리 짠야카푸리 지역에서 만난 리피카 바르마씨는 모디의 압승을 놓고 "단순한 모디의 승리가 아니다. 전 인도인의 승리"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리고 이 같은 기대감에는 과거 10%를 넘나들던 경제성장률이 지난해 4.5%까지 떨어지면서 동반 추락해 버린 인도의 자존심을 다시 세워달라는 인도인들의 주문이 담겨 있다.
인도의 형편없는 인프라는 전체 12억 인구 중 65%를 차지하는 35세 이하 젊은 노동인력과 한반도 면적의 15배에 이르는 거대한 땅덩어리를 무용지물로 만들고 있다. 실제 인도는 연방 국도가 전체의 2%에 불과하고 이마저도 88%가량이 1·2차선에 그치는 실정이다. 전력 부족으로 인한 정전도 잦아 인도 기업의 60% 이상이 자가발전기를 가지고 있고 이 때문에 사업용 전력 비용 부담이 말레이시아보다 높다. 화물처리 능력도 턱없이 부족해 수출입 물량의 상당 부분을 스리랑카·싱가포르 등 다른 나라의 항구를 통해 운송하고 있는 실정이다.
반면 모디는 구자라트 주총리 시절 관개시설 및 전력요금 체계 등을 정비하는 등 인프라를 획기적으로 개선해 인도 현지 언론 비즈니스투데이로부터 "구자라트의 기적"이라는 격찬을 받았다. 이번 총선에서도 △중앙정부 권한인 항만 인프라의 확대 △고속철도 건설 △신규 스마트 도시 100개 건설 등 인프라 개발 및 개선을 자신의 주요 경제공약으로 내걸었다. 모디가 총리 취임과 함께 대대적인 인프라 정비에 나설 것이라는 게 현지의 일치된 전망이다.
제조업의 육성도 모디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지난 2011년 만모한 싱 총리 시절 인도 정부는 당시 전체 국내총생산(GDP) 대비 16%였던 제조업 비율을 10년래 25%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으나 오히려 지금은 그 비율이 15%로 더 줄어들었다. 새롭게 노동 적정 연령층에 진입하는 젊은이들에게 필요한 일자리 숫자만 매월 100만개에 달하는 인도의 여건을 감안하면 제조업의 육성은 필수 불가결하다.
이번 총선을 통해 집권 여당이 된 인도국민당(BJP)은 연간 1,000만개의 일자리 창출을 약속했는데 이와 관련,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를 실현시킬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제조업을 육성하는 것뿐"이라고 지적했다. 차기 모디 내각의 유력 재무장관 후보인 아룬 자이틀리 BJP 당수는 "인도를 중국과 같은 수출 전진 기지로 만들겠다"며 △기업 대출 금리 인하 △복잡한 세금 구조 점검 △관료주의적 규제 완화 △신규 산업 기지 건설 등을 약속했다.
이른바 '모디노믹스(Modinomics)'로 통칭되는 모디발(發) 경제개혁에 대해 시장의 기대는 압도적이다. 올해 들어서만 13.94% 상승한 인도 센섹스지수는 모디의 총리 당선이 확정된 지난 16일 장 중 한때 6.1%까지 치솟는 등 사상 최고치를 연일 갈아치우고 있다. 지난해 5대 취약 통화(Fragile5·F5)라는 오명을 들었던 인도 루피화도 올해 이후 달러 대비 5.13% 올랐다. 도이체방크는 총선 결과가 나온 뒤 인도 증시가 연내에 지금보다 16%가량 높은 2만8,000포인트까지 올라갈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모디노믹스에 기대가 과도하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BJP의 공약 및 모디의 발언 등에서는 경제개혁을 완수하기 위한 세부대책이나 재원조달 방식 등이 전혀 언급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또 외국인직접투자(FDI) 문제를 놓고서는 대폭 완화 방침을 밝힌 국민회의당(INC·전 집권여당)에 비해 오히려 미온적이며 전력 체계 손질 등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WSJ는 "모디의 공약 중 두드러지는 것은 친시장적 정책을 도입하겠다는 '립서비스' 정도"라며 "특히 대형매장에 대해 FDI를 확대하겠다는 지난 정부의 결정을 뒤집을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