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의 입찰참여를 둘러싼 정책당국자의 말바꾸기는 도가 지나치다. 금융감독위원장은 LG의 1차입찰참여를 허용하면서 『반도체회사를 판 돈으로 대한생명인수에 뛰어들 경우 시장에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참가를 유도하기 까지 했었다. 하지만 2차입찰을 앞두고 금감위원장과 재경부장관은 『5대그룹은 연말까지 재무구조개선에 주력하고 신규사업은 내년이후에 하라』며 LG의 입찰을 원천봉쇄 했다. 그러다가 이번에는 외국자본과의 합작과 경영권포기, 재무개선약정준수 등의 조건을 달기는 했지만 LG의 입찰참가를 허용했다.불과 한두달새 원칙이 정반대로 바뀌기를 거듭한 것이다. 대한생명입찰을 둘러싼 우왕좌왕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당국은 당초 2차입찰이 유찰되면 약 2조원의 공적자금을 투입,대한생명을 먼저 정상화시킨후 제값에 매각하겠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막상 2차입찰이 유찰되자 얘기가 달라졌다. 선정상화방침은 없었던 일이 되어버리고 곧바로 3차입찰 계획을 발표했다. 3차입찰방침이 잘못됐다는 것은 아니다. 3차입찰을 통해 재정부담을 최소화시킬 수 있는 더 좋은 조건에 팔수 있다면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한다.
하지만 일처리가 너무 매끄럽지 못하다. 제일은행과 서울은행의 해외매각협상을 진행한 노하우가 있는 금감위 답지않다. 3차입찰에서 값올리기를 위한 고육책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지만 값올리기가 목표였다면 처음부터 5대그룹은 배제한다는 발언은 자충수였다. 더 많은 기업들이 응찰하게 하는 것이 매도자에게 가장 유리하다는 것은 상식이다. 특정기업의 입찰을 각료들이 나서 된다 안된다고 말하는 것은 시장경제원리에도 어긋난다. 굳이 5대그룹의 입찰을 사실상 억제하려면 재무구조개선약정을 지킬 수 있는 조건을 다는 것으로 충분했다.
오히려 억지로 막다가 푸는 바람에 구조조정에 차질을 빚지않을까 우려된다. 당국이 LG에 대한 빗장을 풀어버림으로써 부채비율 200%를 충족하는 5대그룹의 핵심역량분야 신규투자는 더 이상 막을 명분이 없어졌다. 재무개선약정을 지킬 경우 새로운 분야에 진출하는 것을 탓할 수는 없지만 재벌의 경제력집중이 다시 심화될 수도 있다. 구조조정의 원칙이 흔들리고 정책혼선이 빚어질 경우 대가는 크다. 정책일관성과 강력한 구조조정 의지를 흔드는 일이 없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