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2001년 결산] <7> 벤처산업

[2001년 결산]벤처산업 신화 무너졌지만 도약가능성 확인 벤처신화는 무너졌지만 새로운 가능성을 확인한 한해였다. 2001년 벤처산업은 양적으로 급팽창했지만 그 속은 아직 여물지 않았고 재도약을 위해서는 새로운 사고방식과 경영마인드가 무엇보다 필요하다는 교훈을 남겼다. 지난 99년 벤처열풍을 타고 성장성과 수익성이 검증되지 않은 벤처들이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부실기업 양산을 초래했고 일반투자자들은 너도나도 묻지마 장외투자에 나서면서 많은 돈을 날려야 했다. 벤처산업을 이끌고 있는 정부, 벤처 최고경영자(CEO), 창투사, 일반투자자 등 4개 주체가 벤처신화에 휩싸이며 갈피를 잡지 못하는 동안 거품은 일순간 꺼져버리고 말았다. 벤처신화를 창조했던 CEO들이 비즈니스모델을 확보하지 못해 줄지어 경영일선에서 물러나야 했다. 하지만 올해 벤처기업들은 활발한 구조조정을 통해 거품을 걷어내고 내성을 갖추면서 한결 성숙한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질적인 변화가 움트고 있는 것이다. ◆ 벤처 CEO 퇴진 이민화 메디슨 회장, 오상수 새롬기술 사장, 전하진 한컴 사장 등 한국 벤처산업을 선도했던 1세대들이 수익모델 부재와 경영악화 등으로 CEO 자리에서 물러났다. 벤처라는 용어가 생소했던 국내에 벤처신화를 일으키며 젊은 기업가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불러일으켰던 이들이 물러난다는 것은 개별 회사의 CEO가 바뀐다는 단순차원을 넘어 벤처산업 전반에 위기감이 일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실제 올해 코스닥 등록기업 중 CEO가 바뀐 경우가 195건(지난 12월17일 현재)에 달했는데 전체 기업수 700개를 감안하면 28.5%의 CEO가 바뀐 셈이다. 그만큼 벤처환경이 급변하면서 비즈니스모델 창출에 어려움을 겪거나 수익을 내지 못하는 기업들이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는 얘기다. 1개 기업의 CEO가 4~5번 바뀐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 이처럼 벤처기업 CEO의 잇따른 퇴진이 경영일관성을 저해한다는 비판도 있지만 전문경영인 체제로 벤처기업 문화가 변화하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 ◆ 자금마련 비상 올해 강남 테헤란밸리는 돈을 구하려는 벤처기업들이 아우성을 쳤다. 지난해만해도 99년 벤처열풍에 일반공모와 인터넷공모를 통해 마련한 자금으로 회사를 꾸려나갈 수 있었지만 올해에는 공모자금마저 바닥나면서 많은 벤처기업들이 돈을 구하지 못해 문을 닫아야 했다. 소액투자 인터넷공모시장은 꽁꽁 얼어붙었고 대형 창투사도 투자심사 조건을 엄격히 적용하면서 코스닥등록이 임박한 일부 업체에게만 돈을 풀었다. 벤처신화를 꿈꾸며 창업한 초기 벤처기업들은 직접시장을 통한 자금조달은 꿈도 꾸지 못했다. 자금악화는 코스닥기업의 유상증자 실적에서도 여실히 나타난다. 지난달 30일(납입일 기준) 현재 코스닥기업은 모두 1조320억원을 유상증자를 통해 조달했는데 이는 지난해 전체 유상증자 대금 5조6,279억원에 비해 81.7%나 줄어든 것이다. 증자건수도 지난해 202건에서 124건으로 크게 감소했다. ◆ 고개숙인 벤처캐피털 벤처기업에 윤활유를 제공하는 창투사들이 맥을 못춘 한해였다. 일부 창투사는 순익이 지난해에 비해 80% 이상 급감하는가 하면 대부분의 창투사 순익이 지난해보다 50% 이상 줄어들었다. 올초 국내 120여개 벤처캐피털은 2,400여개 업체에 모두 1조4,000억원 가량을 투자한다는 입장을 보였지만 올들어 3ㆍ4분기까지 투자실적은 1,100여개, 8,800억원에 불과했다. 지난해 액면가의 20~30배 자금을 투자했던 창투사들이 올해에는 우량기업에 대해서도 4~5배의 보수적 투자를 하는 등 몸을 사리는 현상이 두드러졌다. 현재 20~30개 벤처캐피털만이 제대로 활동하고 있으며 이중 10개 대형업체들이 전체투자금액의 30% 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일부 중소 창투사들은 투자자금회수가 어려워 창투사 사업증을 반납하고 일반 투자자문회사로 전락하는 실정이다. 벤처기업 몰락과 창투사 기반붕괴가 악순환의 고리를 이어가면서 벤처업계가 휘청거렸다. ◆ 새롭게 움트는 씨앗 2001년은 벤처기업이 새롭게 태어날 수 있는 전환기이기도 했다. 경영환경 악화, 자금조달과 투자여건 어려움 등에도 불구하고 자체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점차 자생력을 키워가고 있다. 경쟁업체라도 생존을 위해서는 과감하게 인수합병(M&A)을 시도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으며 한계사업은 과감하게 정리해 주력사업으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정부도 법개정을 통해 벤처기업간 주식교환이 원활히 진행되도록 지원하고 있어 앞으로 M&A는 더욱 활기를 띨 것으로 전망된다. 수익을 내지 못하면 언제든지 시장에서 퇴출될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끼며 벤처기업들이 구조조정에 돌입했다는 것이 올해 얻은 가장 큰 수확이다. 서정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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