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을 헤매면서 탈진한 무리들 앞에 보이는 것은 오아시스가 아니라 신기루다. 오인(誤認)으로 인한 고통과 시행착오는 더욱 큰 부작용을 불러들이기 쉬우므로 냉철한 대응이 요구된다.
최근 국제금융시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엔화강세(미 달러화 약세), 저금리현상이 원유 등 국제원자재 가격의 동반하락으로 이어지는 조짐이 보이고 있다. 이를 두고 국내 경제계 일각에서는 지난 80년대 후반 우리 경제에 돈벼락을 안겨준 「3저현상」의 재판이 될 수도 있다는 낙관론을 펴고 있다. 잘만 하면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받아 연명하고 있는 우리 경제에 결정적인 돌파구를 열어줄 사막의 오아시스로 인식되는 듯 보인다.
그러나 「신3저」는 현재로서는 신기루라는 것이 경제전문가들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재정경제부는 12일 「최근 신3저 현상의 평가」라는 보고서를 통해 지금의 엔화강세는 미국 금리의 하락에 따른 단기자본 이동으로 인한 「금융장세」이며 일본 경제의 불안정성 때문에 엔고가 장기화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재경부 당국자는 『일본에서 추가적인 은행도산이 발생할 소지가 있는 등 일본 경제의 기조는 매우 불안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유태호(兪泰浩) 대우경제연구소 전무는 『일본이 근본적인 내수진작책과 금융개혁을 단행하지 않는 한 연말을 전후해 달러당 140엔대로 다시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욕 외환시장의 엔화환율은 지난해 말 1달러당 130.6엔에서 지난 9일 119.5엔까지 강세를 보였으나 다시 140엔대로 절하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일본제품과 경쟁관계에 있는 우리 수출상품의 가격경쟁력을 제고시키는 효과를 발휘하는 엔고현상이 엔약세로 역전될 가능성마저 있다는 것이다.
국제금리 하락도 우리의 경쟁력 제고와는 전혀 관계없는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지난 9월29일 미국이 금리를 인하한 것을 필두로 선진국들의 금리인하 행진이 이어지고 있으나 외평채 가산금리와 미국 금융시장에서 유통되는 국내 대기업들의 회사채 금리는 전혀 낮아지지 않고 있다. 국제금리의 기준이 되는 런던은행간 금리(LIBOR)는 지난해말의 5.81%에서 지난 7일에는 5.37%로 다소 하락했으나 우리 정부가 발행한 외평채 가산금리는 여전히 7~8%에 머물고 있다.
김준경(金俊經)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미국이 금리를 내렸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인데다 선진국 금융시장이 한국 등 신흥시장에 대한 대출을 늘리지 않아 실질적인 혜택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마디로 국제금융시장에서의 금리하락이 우리 정부나 기업들의 외자조달 상황을 개선시키는 것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는 이야기다.
원유가 등 원자재 가격 하락세도 일시적인 현상이며 실질적인 혜택은 없을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재경부 관계자는 『세계경제의 동반침체, 수요감퇴가 원자재가 하락의 직접원인이므로 긍정적인 효과보다는 수출시장 축소로 인한 부정적인 효과가 훨씬 크다고 보아야 한다』고 진단했다.
정순원(鄭淳元) 현대경제연구원 전무는 『원자재가격은 더이상 하락하지 않을 것』이라며 『경기회복기에 나타난 80년대의 3저현상과는 그 의미가 전혀 다르다』고 지적했다.
한편 강봉균(康奉均) 청와대 경제수석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과거의 3저는 세계경제가 좋을 때 이루어져 우리가 곧바로 이득을 얻을 수 있었으나 세계경제가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서는 「신3저」라는 표현 자체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우원하·우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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