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중국에는 부자가 많다(?)

우리가 중국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편견 가운데 하나가 바로 `중국인은 돈이 없다(?), 중국은 가난하다(?)`일 것입니다. 언뜻 보기에는 이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한겨울 구질구질한 외투를 입고 거리에 나온 남녀노소의 초라한 옷차림과 세수도 하지 않은 것 같은 용모로 출퇴근시간 도로 양쪽을 가득 메운 중국인들의 행렬 등을 보면 이 말은 더욱 설득력을 더해 줍니다. 베이징에 처음 도착했을 때 저의 첫인상도 그랬습니다. 거대한 빌딩 숲들은 세련되어 보였지만 거리에 나온 사람들의 차림새는 지난 60~70년대 서울 사람들과 흡사한 모습이었기 때문입니다. 이 모습만 보고 저는 `우리를 따라 잡으려면 아직 멀었다`는 자만심에 빠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곳 생활이 길어질수록 이 같은 생각에는 모순이 있다는 점이 하나 둘 발견되기 시작했습니다. 외견상으로는 궁핍해 보이지만 중국인들의 속을 들여다 보면 그렇지 않은 모습이 너무도 많았기 때문이지요. 필자가 생각을 바꾼 몇가지 사례를 들어보면 그동안 저의 뇌리 속에 자리했던 `중국인은 돈이 없다`는 생각이 얼마나 허무맹랑했는지를 잘 알 수 있습니다. 우선 아파트 단지에 줄지어 서있는 BMW, 벤츠 등 고급 외제차의 소유주가 거의 다 중국인이라는 사실이 저를 놀라게 했습니다. 우리 갑부들도 거의 상상을 못할 최고급 외제차를 보고 처음에는 이곳에 와 있는 외국인이 타겠거니 생각했지만 얼마 안돼 이것은 오답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이지요. 샤넬 재킷, 크리스티안 디오르 드레스 등이 진열된 백화점 명품 매장에서 이 물품을 구매하는 중국인 고객이 많다는 것도 저에게는 충격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이런 제품을 누가 산다고 진열해 놓는가”하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백화점 명품매장에서만 한달에 중국인 평균 연봉의 130배에 달하는 4,000달러 이상을 쓰는 중국인이 부지기수라는 말을 듣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습니다. 일류학교에 보내려고 돈 보따리를 싸서 기다리는 학부형이 많은 것도 저의 생각을 바꾼 결정적인 사례입니다. 매년 7월이면 북경에서는 중학교 입학 배정이 있는데 이 때 소위 일류로 분류되는 중학에는 우리 돈으로 3,000만원에 달하는 기부금을 내고 라도 자녀를 입학시키려는 학부형이 줄지어 서 있습니다. 이는 그만큼 돈이 많은 사람이 많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지요. 최고가 휴대폰인 삼성 애니콜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는 것은 `중국엔 부자가 많다`는 사실을 증명해 주는 가장 좋은 예가 될 것입니다. 그만큼 고급 제품에 대한 구매층이 두텁고, 품질만 좋으면 지출을 주저하지 않는 중국인들의 주머니가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이상으로 많다는 사실을 잘 보여 줍니다. 이 같은 사실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줍니다. 이 가운데 우리가 주목해야 할 대목은 중국 시장에서는 상위 5%의 시장만 잡아도 성공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것. 중국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약진은 이를 잘 증명해 줍니다. 삼성전자는 진출 초기부터 아예 범용제품은 취급하지 않고 애니콜, 지펠 냉장고 등 고급 제품을 고집하며 중국인들에게는 좀 비싸다 싶을 정도로 고가마케팅을 펼쳐 현재는 `고급제품을 만드는 회사`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상위 일부 계층을 타킷으로 삼아 마케팅을 펼친 것이 중국시장에서 삼성의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는데 주효했다는 얘기이지요. 삼성전자의 사례는 그동안 “팬츠 하나를 팔아도 13억개를 판다”는 안이한 생각으로 시장에서 한물간 제품을 중국시장에서 팔다가 실패했거나, 이 같은 마케팅으로 인해 아직도 저가 브랜드의 이미지를 못 벗고 있는 대부분의 한국 기업들에게 좋은 교훈이 되고 있습니다. 여기서 우리가 결코 잊어서는 안될 대목은 아직 1인당 GDP가 1,000달러에 못 미친다고는 해도 고급 제품에는 지갑을 기꺼이 열고,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이상으로 주머니가 가득찬 중국인이 우리 인구보다 많다는 것입니다. 또 세계 어느 시장이나 마찬가지이겠지만 중국에서도 최고의 품질을 가진 상품만이 통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고진갑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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