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경제부 산업자원부 국세청 등 경제부처가 잇달아 윤리강령을 선포하고 나서 공직문화 개선에 대한 기대가 부풀고 있다. 훈령 형식을 띠고 있는 윤리강령의 내용은 부처 성격에 따라 약간씩 차이가 있으나 기본적으로 `청렴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구체적으로 업무와 관련된 정보나 권한 등을 이용해 개인의 이익을 챙기는 행위를 금지하는 것을 비롯해 식사접대 및 경조금의 한도설정, 청탁 배격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일부 경제부처를 중심으로 공무원의 업무 및 행동 수칙이라 할 수 있는 이 같은 윤리강령을 제정하고 있는 것은 관료사회의 변신을 강조하고 있는 새 정부의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공무원의 이 같은 윤리운동이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전제되어야 한다. 첫째 일부 경제부처만의 윤리운동으로는 뿌리깊은 공직사회의 비리와 부정부패를 척결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점에서 각 부처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공기업 등 모든 공직사회로 이 운동이 확산되어야 한다. 경제부처가 경제문제와 관련해 상대적으로 많은 권한과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예산이나 사업집행 등을 감안할 때 비경제부처나 지방자치단체 및 공공기관이라고 해서 비리와 부패 가능성으로부터 예외일수 없기 때문이다. 윤리강령에서 강조하고 있는 접대와 청탁 등은 부처 또는 기관의 권한이나 사업예산 규모와 정비례한다고 할 수 있다.
둘째 윤리강령은 실천이 중요하다. 아무리 그럴듯한 윤리강령과 행동수칙을 정해놓더라도 지켜지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윤리강령이 일시적인 제스처에 끝나지 않고 실질적으로 공직사회의 수준을 높이는 계기가 되기 위해서는 현실적으로 지킬 수 있는 강령을 만들고 적절한 감시장치와 인센티브 등이 함께 강구되어야 한다. 가령 지키기 어려운 원칙을 만들어놓고 감시만 강화하는 경우 공직사회의 복지부동만 조장한다는 것은 그 동안의 경험이 말해준다.
셋째 공직사회의 비리와 부정부패를 없애기 위해서는 공무원들이 명예를 중시하고 자긍심을 갖고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면에서 정부혁신을 통해 작은 정부를 지향하면서 중장기적으로 공무원에 대한 처우개선 방안도 강구되어야 한다. 좋은 대우를 해주되 비리와 부패행위에 대해서는 가차없이 처벌함으로써 세계에서 가장 깨끗한 공직풍토를 유지하고 있는 싱가포르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공직자 윤리강령이 공직사회에 대한 비리와 부정부패, 그리고 국민적 불신을 해소하고 공무원이 경제사회 개혁의 주체로 거듭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최수문기자 chs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