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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인터넷 업체들의 몸집 키우기가 멈출 줄 모른다. 알리바바와 시나가 지분교환을 통해 합병한 데 이어 최근에는 중국 최대 검색엔진인 바이두(Baidu)가 스마트폰 앱 서비스 업체인 91와이어리스를 19억달러(약 2조1,251억원)에 인수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바이두의 인수금액은 미국 최대 서점 체인 반스앤노블의 시가총액(10억4,000만달러)을 두 배 가까이 웃도는 규모다.
중국이 세계 최대의 인터넷 시장인 만큼 기업들간의 왕성한 인수합병(M&A)는 당연한 일이기도 하지만 한 꺼풀 들쳐보면 속내는 복잡하다. 전문가들은 중소 인터넷 업체들의 수익급감에 따른 구조조정과 다국적 인터넷 기업으로 유출되는 이익을 줄이려는 중국 정부의 의중이 반영돼 있다고 분석한다. 분유, 의약품과 함께 인터넷 산업에서도 중국의 견제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얘기다. 번스타인리서치의 카를로스 키르히너 애널리스트는 "알리바바와 시나의 거래나 바이두의 거래 모두 단순한 규모의 경제라기보다는 중국 정부의 인터넷 시장에 대한 야망이 반영 된 것"이라고 말했다.
◇양대 거물의 전쟁으로 합종연횡 불 붙는다= 최근 중국 인터넷 시장에서 벌어지는 M&A 전쟁을 중국 내 전문가들은 '초한지'에 비유하곤 한다. 항우와 유방이 대륙의 패권을 두고 다퉜듯 중국 인터넷산업, 특히 모바일 인터넷 산업을 두고 두 거물이 한치의 양보도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인터넷산업의 패권을 두고 다투는 두 인물은 알리바바의 마 윈과 바이두의 리옌홍이다..
선수를 친 것은 마윈이다. 알리바바는 지난 4월 중국 최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그룹인 시나닷컴과 합작을 하며 포문을 열었다. 알리바바는 5억8,600만 달러에 '중국판 트위터'로 불리는 시나웨이보의 지분 18%를 인수하기로 하는 계약을 체결하며 SNS마케팅이란 새로운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 합작으로 시나웨이보는 3년 동안 3억8,000만 달러의 온라인 광고매출이 추가적으로 발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마윈의 선제공격에 바이두의 리옌홍도 바로 응수했다. 바이두는 다음달 14일 전까지 넷드래곤웹소프트가 보유하고 있는 91와이어리스 지분 57.4%를 10억9,000만 달러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바이두는 나머지 지분 42.6%도 다른 주주로부터 같은 조건에 8억1,000만 달러에 매입할 계획이다. 19억달러에 달하는 인수금액은 야후가 알리바바 지분을 인수할 당시 투자했던 10억달러의 2배 가까운 금액이다.
중국 내 전문가들은 리옌홍의 배팅이 지나치다는 평가를 내리면서도 하루 1억명의 방문자를 가진 바이두와 다운로드 횟수 100억 건을 넘어서는 앱 개발사의 합작이 충분한 시너지 효과를 누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중국 온라인 업계에는 인터넷 쇼핑몰인 징둥상청과 검색포털인 소호, 도서전문 인터넷몰인 당당왕과 SNS업체인 텅신웨이보, 의류전문 쇼핑몰인 판커와 SNS업체 런런왕이 각각 제휴를 맺을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업계 양대 거물의 전쟁이 중국 인터넷 업계의 합종연횡에 불을 붙인 셈이다.
◇중국 인터넷 가입자 6억명 코앞…시장 장막 걷히나= 문제는 이러한 합종연횡이 과연 수익성을 보장할 것인 것 여부다. 일단 시장규모만 놓고 보면 걱정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지난 17일 중국인터넷정보센터(CNNIC)가 발표한 '인터넷 발전 현황 보고'에 따르면 6월 말을 기준으로 중국 네티즌 수는 지난해보다 2,656만명 늘어난 5억9,100만명을 기록했다. 인구 대비 인터넷 보급률은 44.1%에 달한다. 특히 중국은 네티즌 가운데 휴대전화로 인터넷에 접속하는 비중이 78.5%에 달할 정도로 유선보다 모바일 장비를 이용한 인터넷 접속이 더 많다. 모바일 시장에서 당장 수익이 발생하는 결제이용도 빠르게 늘고 있다. 중국 정취안스바오망에 따르면 인터넷 이용자중 돈을 내고 상업용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하는 네티즌은 64%를 넘어섰다.
코트라는 중국의 모바일 인터넷시장 규모가 지난해 1,500억위안으로 전년대비 74%나 성장했다며, 오는 2015년이면 이 시장이 7,222억위안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모바일 인터넷 시장이 이처럼 급속도로 팽창하면서 시장의 장막도 걷히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인터넷 기업들의 중국 진출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3G에서 4G로의 통신인프라 확대와 이통사를 중심으로 한 결제시스템 단일화는 중국 모바일게임의 수익기반을 확립시키는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IT전문 분석업체인 테크인아시아는 "중국의 3G 확대가 스마트폰 용도를 늘리고 더 많은 모바일 웹 브라우징과 활동을 가능하게 했다"고 설명했다. 중국 경제참고보는 모바일시장에서 특히 게임 분야의 성장이 주목된다며 "중국 웹게임의 성장과 모바일 게임으로의 전이는 웹게임 대비 3배 이상의 시장규모를 형성시킬 전망"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