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막오른 2007 대선] 청와대 역할론

'40% 지지율+친노세력' 앞세워… 盧, 대선·총선정국 주도 큰그림<br>정동영에 '소극적 지지'로 문국현 선택 가능성 남기고<br>승산 없어질땐 총선 올인… 퇴임후 구상할듯

2007년 대선을 향한 청와대의 꿈은 일단 꺾였다. 핵심 비서관들이 대거 대통합민주신당의 대선 경선 후보로 나섰던 이해찬 전 총리의 캠프에 입성해 지원군 역할을 했지만, 이 전 총리를 옹립하는데 실패하고 말았다. 그렇다고 대선판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청와대의 역할이 끝난 것은 절대 아니다. 노 대통령은 기자들 앞에서 밝혔듯, 자신을 따르는 ‘충성스런 지지 세력’을 갖고 있다. 남북 정상회담 직후 치솟던 지지율이 한풀 꺾였다고 하지만 임기말 대통령으로는 유례 없는 40% 안팎의 고공 행진을 질주중이다. 대선전에서 노 대통령은 명목상 조연일 뿐 실질적으로는 주연급 배우다. 임기를 4개월 남짓 남겨두고 있음에도 ‘청와대 역할론’에 정치권이 주목하는 이유다. 그렇다면 이 전 총리에 대한 꿈을 접은 지금, 청와대가 그리는 대선전의 구도는 무엇일까. 정치 전문가들은 노 대통령의 선택의 수를 크게 두가지로 압축한다. 김민전 경희대 교양학부 교수는 21일 방송에 출연, “노 대통령은 대선에서의 승리(정권 재창출)와 내년 총선을 모두 보고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른바 ‘투 트랙 전략’을 세우고 있다는 얘기다. 청와대의 이런 그림은 벌써부터 모습을 드러내고 있고, 이는 본질적으로 대선전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우선 대선전에서 눈여겨볼 대목이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대통령 후보와의 관계 설정이다. 신당 후보가 기대와 달리 정 후보로 결정된 이후 청와대는 ‘소한적 지지’(21일 청와대 관계자) 의사를 내비쳤다. 노 대통령의 최측근 안희정씨가 밝혔듯, 정 후보의 사과를 전제로 지지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명분이고, 실제로는 정 후보의 지지율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이른바 ‘유보론’으로 판단하는게 옳다. 범 여권의 단일화 작업이 본격화할 다음달 중하순까지 정 후보의 지지율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정 후보의 지지율이 25% 전후까지 상승할 경우 본격적인 지원에 나서되, 여의치 않을 경우 장외 후보인 문국현 전 유한킴벌리 사장 등에 대한 지지를 선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친노 세력의 향배도 결국 청와대의 이런 전략적 선택에 따라 움직일 공산이 크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금 당장 단일화를 예기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단일화에 대한)국민적 여론이 있을 경우 절차에 따라 움직여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 때까지는 한나라당과의 이념적 대결 구도를 정립시키는데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정상회담 이후 서해북방한계선(NLL) 문제와 보수주의와 관련된 벤처코리아에서의 발언, 남침에 대한 북한의 사과 관련 언급 등 보수와 진보를 뚜렷하게 가를 명제들을 연이어 내놓아 대선전의 아젠다로 만들어 주고, 이를 통해 이명박 후보로 가 있는 ‘실용적 진보’ 세력을 범 여권으로 원위치 시켜주는 역할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임기말 노 대통령의 레임덕을 막는 효과로도 연결될 수 있다. 하지만 노 대통령이 언제까지 범 여권의 ‘보이지 않는 지원군’ 역할을 할지는 미지수다. 범 여권의 한 관계자는 “11월 중하순까지도 범 여권의 승산 가능성이 전혀 보이지 않을 경우 노 대통령과 청와대는 내년 총선을 바라보는 또 다른 그림을 그릴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즉 타깃 설정을 총선으로 이동, 이 전 총리를 중심으로 한 친노 세력의 결집과 신당에서의 지분 확보를 통해 퇴임 후 정치적 영향력을 극대화하는 작업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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