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책] 세계경제 패권 노리는 중국 전략은

■ 글로벌경제 매트릭스-중국편<br>임형록 지음, 새빛 펴냄<br>중화사상에 자본주의 더해 미국 대응<br>'자유변동환율제' 등 샅바싸움 치열<br>G2 두뇌 게임 속 중국 수비전략 그려


지구촌 양대 패권 경쟁국(G2)으로 등장한 미국과 중국의 줄다리기는 한반도에 새로운 정치·경제적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미·중 신(新)대국 시대의 향배는 어디로갈지, 양국 사이에서 한국이 취해야 할 바람직한 자세와 역할은 무엇일지에 대해 더욱 세밀하게 고민하고 전략적으로 대처해야 할 때다. '지피지기 백전백승'이라고 했다. 거대한 나라 중국의 과거·현재·미래를 분석하는 것은 물론, 내심 G1을 자처하는 미국의 강력하고 공격적인 정책에 대응하는 중국의 치밀한 수비전략까지 들여다본 책이 나왔다.

일찍이 '글로벌 경제 매트릭스 ' 미국·유럽 편을 펴낸 임형록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가 다시금 펜을 들었다. '글로벌 경제 매트릭스-중국편'은 중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경제 트렌드를 가늠할 수 있는 일종의 나침반 같은 역할이 돼 줄 만한 책이다. '오늘날 중국은 어디서 시작됐는가' '중국은 미국과의 대립을 통해 어떤 세상을 개척하려 하는가' '미래 중국은 어디로 갈 것인가' 등 본 책이 묻고 답하는 지점은 명확하다.


먼저 저자는 지금의 중국 경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중국 대륙의 지배자를 자처했던 '한족(漢族)'의 멘탈 인프라(정신적 기초)를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과거 중국 대륙의 역사는 한족과 만리장성 이북 유목민과의 끊임없는 대립의 역사였다. 저자는 '초한지' '삼국지' 등의 텍스트를 끌어와 오늘날 중국 경제의 뿌리가 된 역사적 맥락을 설명하고, 현대 중국을 이해하는 열쇳말이라 할 수 있는 '중화사상'으로까지 분석을 확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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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현재 정신적 근간으로는 '중화사상'을 강력히 고수하면서도, 경제적으로는 자본주의를 적극 도입해 글로벌 경제 무대에서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은 자국의 정책을 절대 '자본주의'라 칭하지 않는다. 그들은 이것을 '사회주의 시장경제'라 일컫는다. 이는 "미국의 청(靑)색을 받아들이되, 중국의 홍(紅)색으로 버무려 청홍색의 새로운 색깔의 경제체제를 운영할 것이라는 의지의 표현"이라는 게 저자의 분석이다. 이는 대대로 전해 내려오는 중국의 공고한 멘탈 인프라에서 기인한다. 결국, 중국의 고사(故事)를 바로 들여다보면 오늘날 중국 지도부의 전략 로드맵 역시 쉬이 읽을 수 있다는 말이다.

중국의 어제를 분석한 저자는 그 흐름을 미국·중국의 경제 샅바 싸움으로 옮겨간다. 저자는 G2인 미·중간 경제 대전(大戰)의 관전 포인트로 '양털 깎기 삼종 세트'를 꼽는다. '양털 깎기'란 양의 털이 자라는 대로 뒀다가 어느 날 한꺼번에 깎아 가져간 뒤 수익을 챙기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불과 20여 년 전 G2로 성장하던 일본을 플라자합의로 누르고, 중국의 숨통을 열어 주었던 미국이다. 이번에는 커질 만큼 커진 중국을 누를 차례인데, 미국이 중국을 향해 꺼내 든 '양털 깎기' 카드가 당장에는 효과를 발휘하지 못 하고 있다. '양털 깎기 삼종 세트' 중 하나가 바로 '자유변동환율제도 '다. 중국이 자유변동환율제도를 받아들이게 되면 미국은 중국에 핫머니(단기 부동 자금)를 적극적으로 유입시킨 후 국제신용평가사들을 이용해 중국의 금융시장을 흔들 수 있다. 이후 중국 국부를 끌어다 미국으로 옮길 수 있는 옵션이 성립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은 자유변동환율 제도로 이행되는 순간 외환 변동성이 취약한 자국의 금융 시스템에 과부하가 걸릴 것임을 이미 인지하고 있기에 결코 녹록하지 않다. 책은 총칼만 들지 않았을 뿐, 경제 패권 장악을 놓고 치열한 두뇌 게임을 펼치고 있는 미·중 간의 활극을 박진감 있게 분석하기도 한다.

중국의 향후 과제와 미래에 대한 설명도 곁들인다. 중국은 2008~2012년 동안에만 은행대출 총액이 무려 30조 위안에 달했다. 대출을 통한 엄청난 유동성이 공급됐고, 광의의 통화량(M2)은 근 100조 위안으로 부풀어 중국 GDP의 2배에 달하는 수준으로까지 팽창됐다. 당연히 인플레이션과 부동산 거품이 형성됐고, 그 결과 과잉설비와 과잉투자는 피할 수 없었다. 이 같은 상황에 정권의 바통을 이어받은 것이 바로 '시진핑-리커창' 투톱이다. 신지도부는 과거와 같은 개발 지향적인 정책노선에서 탈피, 복지를 강화하고 내수확대를 지향하는 신 중국을 들고 나섰다. 책은 시진핑-리커창 중국 제5세대 지도부의 행보를 분석하고, 미래 중국의 경제 활로를 점친다. 2만 5,000원.


김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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