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리빙 앤 조이] 허구연 "구단 적자 줄여야 프로야구 살아납니다"

MBC 프로야구 해설위원 <br>경기중 부상으로 선수 생활 포기<br>法大서 강의하다 해설가 변신<br>일본식 야구용어 순화<br>내 인생서 가장 보람있는 일



"구단 적자 줄여야 프로야구 살아납니다" [리빙 앤 조이] MBC 프로야구 해설위원 허구연경기중 부상으로 선수 생활 포기法大서 강의하다 해설가 변신일본식 야구용어 순화내 인생서 가장 보람있는 일 우현석기자 hnskwoo@sed.co.kr 사진=이호재 기자 다음 달이면 프로 야구 시범 경기가 시작된다. 야구 팬들은 벌써부터 국내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일본 프로야구 시즌이 시작되기를 고대하고 있다. 올해에는 챙겨 보아야 할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우선 현대 유니콘스의 해체로 새로 선 보이는 센테니얼 구단이 그렇고, 한국인 메이저리거의 몰락, 이승엽의 부활 여부도 빼 놓을 수 없는 관심사다. 그래서 기자는 스타 플레이어 출신이면서, 당대의 이론가인 허구연 해설위원을 찾았다. 그를 만난 김에 국가대표 선수에서 경기대 법대 강사를 거쳐 해설위원까지 이른 인생 역정도 들여다 볼 참이었다. 소문대로 허위원의 논리와 입담은 압권이었다. 두 시간여의 인터뷰는 세미나를 방불케 했고 폭포수 처럼 쏟아져 나오는 그의 말을 기록하는 기자의 팔은 떨어져 나갈 지경이었다. -선수 생활은 언제 시작하셨나요. ▦부산 대신초등학교 5학년때 부터 했어요. 내가 다니던 대신초등학교는 야구를 제일 잘 하는 학교였는데 한 번은 조회시간에 선수를 뽑는다고 테스트를 받으라고 광고를 하더라고요. 내가 반장이면서도 운동을 잘 해서 그런지 선생님께서 “테스트를 받아 보라”고 했어요. 그런데 한 번 시켜 보더니 학교에서 난리가 났어요. 테스트 다음날 교장, 교감, 감독이 집에 와서 드러누었어요. 집에서는 운동 안 시키겠다고 하고…. 일단 초등학교 때까지만 하기로 했지요. 5학년 때부터 4번을 맡고 홈련을 뻥뻥 날렸어요. -야구를 처음 하면서 어떻게 그렇게 잘 했습니까. ▦워낙 많이 봤기 때문이에요. 그 때 근처 중학교 선수중 한 명이 강병철 감독이었는데, 운동하는 걸 구경하곤 했지요. 나는 타이거 우즈가 골프를 잘 치는 것도 어려서 부터 많이 봤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국가대표 2루수로 한 시대를 풍미하던 허구연은 경기중 다리 부상으로 선수생활을 접었다. 그리고 그는 고려대학교 법대 대학원으로 진학해 석사를 학위를 받고, 한 때 경기대학교 강사로 교편을 잡기도 했다. 자신의 운명을 뒤 바꾼 이 사건에 대해 본인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 보고 싶었다. -경기중 다리 부상으로 선수 생활을 접으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 때가 언제였나요. ▦76년 한ㆍ일전 이었습니다. 당시 허정규 농협감독이 올스타팀을 맡고 있었는데 일본팀이 방한해서 승승장구 하다가 내가 홈런을 쳐서 한국이 1-0으로 이겼어요. 그 다음날은 4-1로 졌는데 그날도 내가 홈련을 쳤어요. 3차전은 대전에서 낮 게임으로 열렸는데 엄청 더웠어요. 나는 체력에 자신이 있었는데, 그날은 워낙 힘들어서 3회가 끝나고 감독님께 “쉬게 해달라”고 했어요. 그런데 허감독께서는 “타격 감이 좋으니 한번 만 더 치라”고 했어요. 그래서 수비에 나섰는데 일본 선수의 내야 땅볼 때 유격수가 병살을 노리고 송구를 했죠. 내가 토스를 받아 1루에 송구하려고 점프를 하면서 한 다리로 서 있는데 일본 선수가 온몸으로 덮쳤어요. 정강이 뼈가 부러져서 덜렁거렸는데 마취를 해도 고통이 멎지를 않았어요. 그 후로 재활을 위해 수술을 4번이나 했지요. -선수 생활을 마친 후 법학 공부를 시작하신 건가요? ▦부상한 다음 해 12월에 러닝을 하고 세수를 하는데 손가락이 안 움직여서 병원에 갔더니 ‘척골신경 부정마비’라는 진단을 내리더군요. 그 다음 해에 아시아 야구선수권 대회가 열려서 수술을 망설이다 결국 했지요. 왼쪽 다리와 팔이 모두 불편해 졌어요. 병상에 누워서 책을 보다가 ‘대학원을 가야 겠다’는 생각이 들어 고대 법대 대학원에 시험을 쳤어요. 병상에서 하루에 10시간 넘게 공부했어요. 지원자 53명중 13명이 합격했는데 그 안에 들었어요. 합격을 하니까 김상협 당시 총장께서 아주 기뻐하셨어요. 대학원을 마치고선 경기대학교에서 2년간 강의를 했지요. -그런데 어쩌다 야구 해설을 하게 됐습니까. ▦교수가 되려고 마음을 먹고 있었는데 어느 날 MBC에서 해설을 해달라고 제의를 해왔어요. 78년부터 동아방송에서 라디오로 간간히 해설을 했으니 올해로 30년이 된거지요. 당시에는 한 게임 해설비를 3만7,500원씩 쳐 줬어요. 나는 명색이 프로야구 해설인데 그거 가지고는 못하겠으니 연봉 계약제로 해서 2,200만원을 달라고 했죠. -왜 하필이면 2,200만원 입니까. ▦당시 박철순이 2,400만원을 받았고, A급 선수들 연봉이 2,200만원쯤 됐어요. 당시 아파트 한 채 값이었어요. 나는 품위 유지와 자료 수집 등을 위해서 그 정도는 받아야 하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1,400만원에 계약했지요. 출범 초기에 해설을 어떻게 해나갈 것이냐에 대해 MBC가 고민을 하길래 내가 ‘야구용어부터 바꿔야 한다’고 했지요. 당시에는 일본의 교과서 역사 왜곡으로 반일감정이 팽배했어요. 나는 ‘야구가 미국 운동이니 용어도 우리식으로 풀어서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야구계에선 거부감이 심했지요. 칼럼으로 4번이나 얻어 맞을 정도였어요. 그래도 나는 밀고 나갔어요. “국제대회에 나가면 외국인들은 일본 용어를 못 알아 듣는데 우리가 그 용어를 사용하는게 말이 되느냐”고 했죠. 지금은 제 주장대로 용어가 정리됐어요. 내가 가장 보람을 느끼는 것이 야구 용어를 순화시킨 거예요. 허위원의 중계를 듣다 보면 돌변하는 상황에도 당황하는 법 없이 술술 쏟아져 나오는 이론과 예화(例話)에 기가 질릴 지경이다. 기자는 그 원천(源泉)이 궁금해졌다. -허위원의 논리와 언변은 타고 나신 건가요. 아니면 나중 법학공부를 하면서 터득한 소양인가요. ▦내 얘기라 오해를 받을까봐 조심스럽지만 해설은 생각할 시간적 여유가 없는 일입니다. 상당히 축적된 경험이 있어야 할 수 있는 일이지요. 수습기자가 기사를 쓸 때 꾸물거리는 동안 고참 기자들은 순식간에 처리하는 것 하고 같은 이치입니다. 적어도 몇 백 게임은 해설을 해봐야 짧은 순간에 판단이 가능합니다. 경험이 축적돼야 시청자들에게 설명하고, 논리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거지요. 하지만 선수들은 이론에는 밝지만 의미 전달에는 문제가 있는 경우도 있어요. -왜 그럴까요. ▦ 다른 종목도 마찬가지지만 학원스포츠가 정상화되지 않았기 때문이지요. 운동선수가 학교 수업은 소홀히 하고 운동만 하다보니 경기인 출신이 아닌 마니아 출신들이 해설을 하게 된거예요. 하지만 나는 해설(Comment)은 선수 출신이 하고 마니아들은 분석(Analysis)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 면에서 해설이라는 장르는 아주 중요한 부분이지요. 허위원의 법학 강사 경력을 아는 이들은 모두 그럴테지만, 기자 역시 그가 운동을 하다가 공부 중에서도 어렵다는 법학 공부를 어떻게 했을지 궁금했다. 독자들이 궁금증을 대신 해소해 주는 것이 기자의 소임 아닌가. -야구를 하다가 법학 공부를 시작했을 때 할만 했습니까. ▦네. 할 만 했어요. 부산에서는 부산중학교와 경남중학교가 명문이었는데 부산중학교에서 특기자로 오라고 했어요. 그런데 나는 경남중학교에 시험을 쳐서 들어갔어요. 중학교 가서도 학교에서는 ‘야구하라’고 하고 집에서 ‘못 시키겠다’고 하다가 나중에는 집에서 ‘네가 하고 싶으면 하라’고 물러 섰어요. 하지만 그 당시는 나만 공부와 운동을 병행한 게 아니었어요. 경남중학교에서는 운동 선수들이 모두 공부를 잘했어요. 마동명 선배 같은 분은 야구 선수였지만 세브란스 의전을 시험 쳐서 들어간 분이에요. 그때는 당연한 일이었고 그런게 몸이 베었기 때문에 공부도 쉽게 할 수 있었던게 아닌가 싶어요. -해설을 하시면서도 이따금 감독 제의를 받고 계십니다. 감독하고 싶어서 목을 빼고 있는 분들도 있는데 번번히 거절하시는 이유는 뭡니까. ▦나는 34살에 청보 감독을 했어요. 미국 가서 코치를 하고 와서도 제의를 받았어요. 나는 야구발전을 위해서는 해설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해설은 야구와 팬을 접목시키는 작업이니까요. 어떤 일이든 자기 분야에서 1인자가 되는게 중요하지 않아요? 나는 감독을 해도 김응용감독 만큼 잘 할 자신이 없어요. 감독 뿐만 아니라 사업 제의도 받았어요. 그 때 마다 나는 거절했어요.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인정 받는게 중요한거 아니에요? 정치쪽에서도 유혹을 받았어요. 이번 총선을 앞두고도 예외는 아니었어요. -얼마 전 김성근 감독을 취재한 적이 있습니다. 김감독 말로는 야구에서 감독이 차지하는 비중은 40~50%라고 합니다. 허위원께서는 프로야구팀이 성적을 올리는데 감독이 차지하는 비중은 어느 정도라고 보십니까. ▦한국의 여건에서 김감독의 방식으로는 그렇게 될 겁니다. 그러나 미국에는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가 있고 체계가 잘 갖춰져 있습니다. 내가 90년에 토론토 블루제이스 산하 마이너 6개 팀에서 150명을 가르쳤어요. 그 중에 메이저 리거가 된 선수는 제프 켄트, 카를로스 델가고, 우디 윌리엄스, 패트 행켄 등 대여섯 명 뿐이에요. 나머지는 소리도 없이 사라졌어요. 미국 야구가 우리와 다른 점은 가만히 놓아 두어도 선수들이 스스로 움직인다는 겁니다. 따라서 미국에서는 감독의 역할이 크지 않아요. 김감독이 그렇게 말하는 것은 우리나라 시스템 때문이에요. 나는 우리나라의 경우 감독의 역할이 15~20% 정도고, 일본은 더 적고, 미국은 그 보다 더 적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김성근 감독도 일본에서 보비 발렌타인 감독을 만나고 생각이 바뀐 것 같아요. 선수들을 몰아치기만 해서는 안되고 동기 부여를 해야 된다는 거지요. 올해도 김성근 감독은 분명히 좋은 성적을 낼 거예요. 아무튼 미국과 다른 점은 우리나라에서는 감독이 선수를 양성하면서 우승도 해야 하지만 미국에서는 구단에서 공급하는 선수들을 가지고 경기만 잘 풀어가면 된다는 거예요. 이해 되세요? 이 정도면 취재가 아니라 강의를 듣는 것 같았다 . -올 시즌에는 센테니얼이 국내 프로야구 사상 처음 보는 독특한 형태로 팀을 꾸려나가 될 전망입니다. 현대가 프로야구단을 포기하면서 그 동안 물밑에 잠복해 있던 여러가지 문제들이 불거진 형국인데 센테니얼의 구단 운영 방식을 선진 경영기법으로 보아야 합니까. 아니면 파행적인 비상체제로 봐야 합니까. ▦제가 사태를 완벽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얘기를 하는건지 모르겠지만 한국 스포츠와 프로야구 전체가 위기를 맞고 있는 것 같아요. 프로야구에 국한시켜서 얘기를 하자면 연간 구단의 적자가 빠른 시일 내에 50억원에서 70억원 사이로 줄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업들이 매년 120억원 적자를 내면서 구단을 운영하는데 5대 그룹은 모르지만 그 밑에 기업은 감당이 힘들거든요. 한 구단주 말로는 홍보효과 등을 따져 봤을 때 얼마 전까지 구단가치가 1,000억원에 달했던 적도 있었지만 이제는 100억원으로 줄었다고 합니다. 자산 가치가 100억원인데 누가 매년 100억원 적자를 내면서 구단을 경영하겠습니까? 그 동안 야구인들은 심각하게 생각지 않았지만 이제 문제가 터진겁니다. 센테니얼 운영은 성공하면 획기적인 전기가 되겠지만 실패하면 심각한 국면으로 치달을 수 있습니다. -선동렬이나 이종범, 이상훈 등이 해외로 빠져 나갈 당시 국내 프로 야구 수준의 질적 저하를 우려한 목소리들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WBC 등을 경험한 결과 국내 프로 야구의 수준은 꾸준히 성장해 온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한국 프로야구의 수준은 미국, 일본과 비교할 때 어느 정도라고 보십니까. ▦미국으로 치면 트리플A 수준이고, 일본하고는 그렇게 큰 차이는 없습니다. 다만 선수층이 얇을 뿐이지요. 국가대표의 경우 우리는 한 팀 밖에 만들 수 없지만, 일본은 비슷한 수준의 3팀을 만들 수 있습니다. 그래서 미국이나 일본으로 갈 수 있는 선수는 가야 합니다 . 그래야 일자리도 많아지지요. -베이징 올림픽 최종예선을 앞두고 서재응, 최희섭 등이 부상으로 참가가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예선전은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모두 일곱 게임을 하는데 호주, 멕시코, 캐나다, 대만전이 문제입니다. 오승환, 박지만이 부상만 아니면 문제 없는데…. 그래도 3위는 가능할 겁니다. 예선은 통과할 것으로 봅니다. -이승엽 선수의 올 해 전망은 어떻습니까. ▦오래는 잘 할겁니다. 이승엽은 워낙 승부욕이 강해요. 훌륭한 선수들이 많이 있지만 이승엽은 정말 대단한 선수입니다. 기량 뿐만 아니라 인성이 좋아요. 수술경과가 좋으니 홈런 40개에 3할 이상은 칠 겁니다. 지난 해에는 엄지손가락이 울려서 칠 수가 없었어요. 하라 감독도 내게 “이승엽이니까 뛰는 것”이라고 했어요. 그래서 요미우리의 감독ㆍ 코치가 이승엽을 좋아하는 거예요. 이승엽은 너무 착해서 괴롭고 힘들게 사는 선수입니다. 누가 사인을 해달라고 해도 거절을 못해요. 남을 먼저 생각해주니 본인은 힘들지…. 해설을 할 때 마다 구단에, 야구계에 할 말이 많은 그다. 두 시간에 걸쳐 세미나 같은 인터뷰를 했지만 아직도 얘기 하고 싶은 것이 더 남은 듯했다. -정권이 바뀌어 이제 새 정부가 출범합니다. 특별히 야구 관련해서 인수위에 하고 싶은 말씀은 없으세요. ▦그렇지 않아도 그 쪽 분들과 이야기 한 적이 있습니다. 무엇 보다 체육에 대한 인식을 바로 했으면 좋겠습니다. 전 국민의 30%가 운동을 하면 연간 의료비 6조원이 절감된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교육은 지(知)만 있지 덕(德)과 체(體)가 없어요. 페어플레이 정신도 마찬가지고. 운동을 통해서 그런 것을 배운 아이들과 그렇지 못한 아이들은 큰 차이가 있습니다. 신병 훈련소에서 30%가 체력미달로 귀향 조치를 당하는게 우리의 현실입니다. 돈이 없어 투자는 못하더라도 김연아, 박태환 같은 선수들을 청와대에 초청해서 격려라도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프로야구 우승팀을 초청해서 밥이라도 한 끼 먹여 주면 얼마나 사기가 오르겠습니까. “경제”“경제”하지만 돈과 지식만이 세상을 이끌어가는건 아니지 않습니까. >>리빙 앤 조이 기사 더보기 • 알고 받으면 더 좋은 건강검진 A to Z • "구단 적자 줄여야 프로야구 살아나" • 病발견 못하더라도 생활습관 교정효과 • 5년 만에 돌아온 '천상의 목소리' • 검진 항목·용어 알아두면 이해 도움 • 혀 끝에 되살아나는 異國의 미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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