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대부분기업 속수무책 'IT강국' 위상 무색

대부분기업 속수무책 'IT강국' 위상 무색 최근 이슈로 떠오른 이동통신 단말기 로열티 문제는 원천기술 보유업체의 로열티 요구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국내 IT 업계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삼성전자 등 일부 대기업은 꾸준한 연구개발 투자로 다수의 특허를 확보, 상대방과 특허를 주고받는 '크로스 라이선싱'으로 로열티 부담을 덜고 있지만 대다수 IT 기업들과는 관계없는 얘기다. 가뜩이나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는 국내 업계가 이중 삼중의 로열티 부담으로 가격경쟁력을 상실하면 중국의 거센 추격에 발목을 잡히는 것도 시간문제라는 지적이다. 국내 휴대폰 업계는 무엇보다 GSM 원천기술 보유업체들의 로열티 공세가 가시화되자 '퀄컴의 악몽'이 GSM에서도 재연되는 것 아니냐며 바짝 긴장하고 있다. 지난해 휴대폰 수출액 165억8,000만달러 중 GSM 휴대폰은 96억달러로 무려 58%의 비중을 차지했다. 지난 2001년 46억7,600만달러에서 2002년 75억700만달러로 수출 증가세도 폭발적이다. 대표적 수출 효자상품인 GSM 휴대폰의 로열티 지급이 현실화하면 연일 적자행진을 거듭하는 국가 전체의 소득수지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될 전망이다. GSM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업체는 노키아, 모토롤러, 루슨트테크놀러지, 필립스, 에릭슨 등 15개사 정도로 파악된다. 이 중 10여개 업체가 최근 국내 GSM 휴대폰 업체들을 상대로 400만~4,000만 달러에 이르는 거액의 로열티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는 앞으로 로열티 협상이 본격화하면 꼼짝없이 대당 판매가의 8~13%를 로열티로 물어야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GSM의 경우 CDMA와 같은 독점적 원천기술이 아니어서 협상의 여지가 많다"면서도 "하지만 원천기술 보유업체들이 담합해 로열티를 요구하는 최악의 상황도 배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지난 96년부터 퀄컴에 꼬박꼬박 지급해 온 CDMA 로열티도 지난해까지 도합 2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되지만 앞으로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2002년 한해에 4,000억원이나 빠져나간 로열티는 지난해 CDMA 휴대폰 수출액이 약 90% 증가함에 따라 5,000억원 이상으로 늘어났다. 휴대폰 기술발전과 함께 단말기 가격이 비싸지고 각종 기술료 부담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도 판매가를 기준으로 한 수출 5.75%, 내수 5.25%의 로열티 요율은 변함이 없다. 최근에는 퀄컴이 한국에 대한 최혜국 대우 약속을 어기고 중국 업체들과 훨씬 유리한 조건의 로열티 계약을 체결한 사실도 밝혀졌다. 그러나 퀄컴은 로열티를 낮춰달라는 업계의 계속되는 요청에 요지부동으로 일관하고 있다. 퀄컴은 핵심부품인 CDMA 칩의 독점 공급권까지 쥐고 있어 이렇다할 항변조차 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휴대단말기로 언제 어디서나 다채널 위성방송을 시청할 수 있는 차세대 통신ㆍ방송 융합 서비스인 위성DMB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위성DMB는 8월부터 서비스를 시작, 향후 5년내 600만 가입자를 확보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위성DMB 원천기술 보유업체인 도시바가 확정안은 아니라며 신축적인 입장을 보이고는 있지만 '단말기 판매가격의 2%'는 받아들이기 힘든 수준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업계는 단말기 판매가격(대당 50만원 이상)이 아닌 위성DMB 칩 가격(개당 약 15만원)으로 로열티 부과기준을 바꾸고 판매대수에 따라 차등 지급하는 방식을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도시바가 이를 얼마나 받아들일 지는 미지수다. 때문에 도시바와의 협상을 준비 중인 위성DMB 사업자 TU미디어는 극단적 결과가 나올 가능성에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 김문섭 기자 clooney@sed.co.kr 입력시간 : 2004-05-30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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