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데스크 칼럼/3월 2일] 키코, 대타협 이뤄라

옛말에 '각자무치(角者無齒)'라는 성어가 있다. '뿔이 있는 동물은 이가 없고 호랑이나 사자와 같이 날카로운 이를 가진 동물은 뿔이 없다'는 말로 '한 사람이 모든 재능, 즉 복을 다 겸비할 수 없다'는 것을 뜻한다. 이 말을 다른 각도로 해석하면 뿔은 자기 마음에 들지 않으면 무기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사소한 일에도 서로 들이받아 버리는 행동을 경계하는 뜻이 담겼다. 이 세상 누구나 자기가 뜻한 대로 살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한 사람에게 두 가지 복이 한꺼번에 찾아오지 않듯 세상 모든 일이 자기 생각대로 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지루한 논쟁은 모두에게 피해 키코(KIKO)를 둘러싼 은행권과 키코 피해 기업 간의 공방도 비슷한 경우다. 현재 은행권과 피해 기업이 손실책임 여부를 놓고 지루한 싸움을 벌이고 있지만 양측 모두 자기가 원하는 대로 일이 해결될 것 같지 않다. 문제는 이런 논쟁이 장기화하면서 양측 모두 피해를 보고 있다는 점이다. 이 과정에서 힘든 곳은 기업이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지 못한 채 시간만 허비하면서 생사의 길목에서 허덕이고 있어서다. 일부 기업들은 잘잘못을 법원이 가려달라며 무더기 소송을 제기했다. 환헤지 피해기업 공동대책위원회 등에 따르면 현재 1심에 계류 중인 법적 소송은 117건에 이른다. 과연 소송만이 키코 문제의 근본적 해결책일까. 아닐 게다. 특히 기업들이 얻을 소득은 그리 커 보이지 않는다. 지난달 16일 서울중앙지법이 "은행이 설명의무를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며 은행 측 손을 들어준 사례나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라고 불리는 강자와 약자의 판결사례 등을 감안하면 피해 기업들이 의도한 대로 성과를 거둘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양측 공방의 초점인 손실책임 여부에 대한 진위 가리기가 쉽지 않다는 점도 기업들이 유리한 판결을 이끌어 내는 데 걸림돌이다. 이와 관련, 피해기업 쪽 변호를 맡은 변호사들은 "은행이 건당 억 단위의 막대한 취급수수료를 사전에 알리지 않고, 기업 측에 터무니없이 불리한 옵션 구조로 상품을 판 것은 기만행위에 해당한다"고 말한다. 반면 은행 측 변호인들은 "충분히 고지를 했고, 무엇보다 피해 기업들이 단순 환헤지 외에 이 상품을 통해 부가이익을 얻으려는 뜻이 있었다"고 항변한다. 양측 주장 모두 나름대로 설득력이 있다. 법조계는 법원이 기업에 유리한 판결을 내리기가 어려울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만약 좋은 결과가 나온다 해도 시간이 많이 흐른 뒤에는 의미가 없다. 최소한 1~2년 가까이 걸리는 최종 판결이 나올 때까지 살아남을 기업이 별로 없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지금도 정산금 지급 때문에 빚만 쌓여가는 기업이 많은데 무슨 재간으로 1~2년을 버틸 수 있겠는가. 일각에서는 키코를 둘러싼 법정싸움이 로펌들의 배만 불려주는 일이라고 지적한다. 혹자는 로펌들이 수입을 올리기 위해 기업들을 선동해 되지도 않을 싸움을 조장하며 시간만 끌고 있다고 한다. 조금씩 양보해 타협점 찾아야 지루한 소모전을 끝낼 방법은 뭘까. 눈을 돌려 멀리 보자. 남의 일이라고 뒷짐지지 말고 모두에게 도움 줄 수 있는 상생의 해결책이 무엇인지 찾아보자. 답은 가까이 있다. 조금씩 양보하면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특히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은행들이 너그러운 마음으로 조금 더 양보해라. 나누다 보면 새로운 희망이 생길 수 있다. 희망의 싹을 틔우기 위해서는 대타협을 이끌어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가 나서야 한다. 타협의 전제는 기업을 살리는 방향이어야 한다. 은행과 정부가 공동으로 일정 기금을 만들어 피해기업 구제에 나서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시간을 허비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지금 피해기업들은 자금 줄이 말라 하루하루 고통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과도한 욕심은 은행이나 기업 모두에 득이 될 게 없다. 타협을 서둘러라. 지켜보고 있기에는 시간이 너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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