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의 납품 중단 사태가 유리ㆍ주물ㆍ포장재 등을 넘어 우리나라 수출 효자품목인 휴대폰으로까지 번졌다. 특히 이번 삼성전자 구미사업장 임가공 조립협력업체들의 집단 납품 거부 사태로 자칫 납품가를 둘러싼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파워게임이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중소 협력업체들은 최근 수년간 원자재 가격이 폭등하면서 납품 단가 상승이라는 어려움을 겪어왔다. 지난 4월 중소기업중앙회의 설문에 따르면 원자재 값은 2005년 이후 35% 이상 올랐지만 납품 단가는 9.2%밖에 오르지 못했다. 납품가 인상 요인이 발생했는데도 대기업 등에 공급하는 제품 가격에는 거의 반영하지 못한 것이다.
특히 이번 사건의 발단이 원자재 값 요구보다는 그동안 대기업의 납품가 인상 거부로 인한 적자 누적에서 촉발됐다는 점에서 사태의 심각성이 더 크다. 그동안 잠복해 있던 하청 문제가 수면 위로 급부상하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갈등이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원가 상승에 가쁜 숨을 몰아쉬던 중소업체들이 최근 잇따른 실력행사에 나서고 있는 것도 이러한 우려의 현실화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실제로 올 들어 납품중단을 선언한 업계는 주물업계를 비롯해 골판지ㆍ유리ㆍ포장재ㆍ아스콘 등 분야를 가리지 않는다.
중소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사태는 대기업들이 그동안 수년간에 걸쳐 원가 부담을 하청업체에 전가한 결과”라며 “납품가가 현실화되지 않을 경우 제2ㆍ제3의 납품 중단 사태가 계속 일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