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준법의식 2만달러 시대

과거 헝가리 대우은행장으로 근무하던 시절의 이야기다. 가족들과 함께 스위스를 여행한 적이 있었다. 밤늦게 차를 몰고 가다가 우리 기준으로 보면 여관 정도에 해당되는 곳에서 하룻밤을 묵게 됐다. 그곳은 규모는 작아도 호텔 이상의 청결함과 쾌적한 환경을 갖추고 있었다. 덕분에 가족들 모두 뜻밖에 만족스러운 하루를 보냈다. 게다가 며칠 후에는 이용해줘서 고맙다는 내용의 카드까지 받아 무척 감동한 적이 있었다. 그후 주변 사람들과 경험담을 얘기하던 중 스위스에서는 숙박업에 대한 엄격하고 까다로운 기준이 존재하며 그 규정을 잘 지킨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고객 중심의 사고방식은 차치하고 규정을 준수하고 원칙에 충실히 따른 결과가 궁극적으로 고객 감동으로 연결된 좋은 사례라고 생각한다. 선진국을 여행해본 사람들은 대개 겉만 번지르르하고 내실은 없는 우리와 그들은 큰 차이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종종 발생하는 대형 사고나 참사도 따지고 보면 법과 규정을 준수하지 않고 편법을 쓰거나 대충대충 일을 처리하는 잘못된 관행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다. 이미 오래전부터 법치주의가 뿌리를 내린 서구사회와 단순비교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지만 이제 우리나라도 소득 2만달러를 목표로 할 정도로 경제적 부를 이뤘고 정치적으로도 민주주의가 정착됐다고 생각한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의 생활 곳곳에 법과 규칙을 준수하는 정신이 배어 있는가 하는 점은 되새겨볼 대목이다. 법치주의가 실현되지 않으면 국민소득을 배가시키는 것도 쉽지 않을 뿐더러 삶의 질을 고도화하고 행복을 유지하는 것은 더욱 어려울 것이다. 법과 규칙이 살아 있는 사회를 만들려면 우선 법과 규칙이 예외나 차별 없이 모든 사람에게 평등하게 적용돼야 하며 누구나 공감하고 따를 수 있어야 한다. 또 법과 규칙을 준수하는 것이 이익이라는 보편적인 믿음을 심어주는 것도 필요하다. 최근 윤리ㆍ준법경영을 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규칙을 잘 지키는 것이 기업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인식이 확산된 결과라 하겠다. 기업에서 준법경영이 철저히 시행됐을 때 고객과 주주 중심의 원칙경영이 가능하고 회사의 가치도 극대화된다. 소득 2만달러를 지향하는 요즘 사회 전반에서 준법의식 2만달러를 준비하는 일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박종수 대우증권 사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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