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볼만한 영화] ‘질투는 나의 힘’

아르바이트를 해서 유학비용을 모으고 있는 착실한 대학원생 이원상(박해일)은 애인으로부터 유부남을 사랑하게 되었다는 고백을 듣고 차갑게 돌아선다. 잡지사에 일하는 친구를 돕다 우연히 그 문제의 유부남 한윤식(문성근)을 만나게 된 원상은 묘한 호기심과 충동으로 그가 편집장으로 일하는 잡지사에 취직한다. 원상은 사진취재를 의뢰하러 아마추어 사진작가이자 수의사 박성연(배종옥)이 일하는 동물보호센터에 갔다가 성연의 자유분방한 매력에 호감을 느낀다. 동시에 작가의 꿈은 접고 로맨스만을 인생의 낙으로 삼는 로맨티스트 한윤식도 그녀의 매력에 점차 빠져들어 결국은 성연이 환영회식후 성관계를 맺는다. 원상은 똑 같은 남자에게 다시한번 선수를 뺏긴다. 그래도 원상은 성연에게 더욱 순진하게 매달리며 “누나, 그 사람이랑 자지 마요. 꼭 자야 된다면 나랑 자요. 나도 잘해요”라며 애정을 구해보기도 한다. 그러나 자신은 그녀를 행복하게 해줄 수 없다는 절망감에 사로잡히며 괴로워한다. 18일 개봉될 박찬옥감독의 `질투는 나의 힘`은 한 남자에게 두번이나 애인을 빼앗기는 청년이 맺는 다양한 관계를 통해 `불안한 청춘`과 `질투`라는 감정을 독특하게 해석해낸 점이 특이하다. 그래서 이 영화는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와 로테르담영화제를 거치면서 가장 뛰어난 데뷔작 가운데 하나이고 감독의 연출력이 빚어낸 결정체라는 평판과 함께 올해 기대되는 작품중의 하나로 꼽혔다. 모호한 듯 단호한 시선, 조용한 듯 격렬한 심리, 간절한 듯 허무한 사랑들을 박감독은 깔끔하게 펼쳐간다. 누구라도 한 남자에게 두번씩이나 애인을 빼앗기는 이런 난처한 삼각관계에 빠진다면 한번쯤은 자신을 돌아보게 될 것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질투는 나의 힘`은 다른 영화들과 전혀 다른 새로운 위치를 차지하며 힘을 얻는다. 청년의 질투심은 그 문제의 한윤식을 향한 분노보다는 오히려 선망의 감정으로 변형된다. 왜냐하면 그의 질투심은 근본적으로 자신이 갖지 못한 것을 소유한 상대방에 대한 동경과 진심으로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는 청년의 불안정한 내면 심리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이다. 한윤식은 원상의 연적이 아닌 선망의 대상이 되어간다. 그래서 이 영화의 매력은 윤식으로 인해 변해가는 원상을 통해 우리들의 다면적이고 복잡한 심리상태를 담담하게 그리고 집요하게 끌어냈다는 점이다. <박연우기자 ywpar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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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연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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