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美, 인질피랍사태 개입할까

美 직접협상 나서기보단 후방 군사지원 치중할듯

탈레반의 한국인 인질 피랍 사태가 교착 상태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사건의 조속한 해결을 위해 미국이 직접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탈레반이 인질석방의 제1조건으로 ‘포로의 맞교환’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이 어떤 입장을 보이느냐에 따라 사건해결의 돌파구가 마련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로선 직접 개입보다는 외교ㆍ군사적 지원에 머무를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2일 AP통신 등에 따르면 아직까지 미국은 직접 협상에 개입하기보다는 외교적 수사(修辭)에 의존하며 소극적인 역할에 머물고 있다. 미국은 ‘테러범과는 협상하지 않는다’는 원칙과 탈레반을 자극할 수 있다는 것을 우려해 공개적인 협력보다는 ‘물밑 공조’에만 역점을 두고 있다. 이런 미국의 태도에 변화가 감지된 것은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의 발언 때문이다.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참석차 필리핀을 방문 중인 힐 차관보는 지난 1일 “인질석방을 위해 한국 및 아프간 정부와 ‘아주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며 “인질들이 조속히 석방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미국 정부의 태도에 변화가 있는 게 아니냐는 다소 성급한 예측이 제기됐다. 미국이 전통적인 한미동맹과 미가 주도하는 테러와의 전쟁을 한국이 적극 지원해온 점 등을 감안해 기존의 원칙적이고 강경한 태도에서 벗어나 ‘융통성’을 발휘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었다. 그러나 미국이 탈레반과 직접 협상에 나서거나 탈레반의 요구대로 아프간 정부의 탈레반 수감자 석방에 동의할 것이라는 예상은 현재로선 섣부른 기대라는 분석이다. 톰 케이시 미 국무부 부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테러범들에게 양보를 하면 궁극적으로 더 큰 위험을 초래할 것이기 때문에 인질범이나 테러범들에게 양보하지 않는다는 게 지난 수년간 미국의 일관된 정책”이라면서 “우리의 정책은 바뀌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테러범과 협상하지 않는 것은 물론 한국인 인질과 탈레반 수감자가 맞교환되는 것을 묵인하거나 허용하지 않겠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현재로선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탈레반과의 협상에 미국이 직접 나서거나 아프간 정부가 탈레반 수감자를 석방하는 것을 허용 또는 묵인하기보다는 인질들의 안전한 석방을 위해 외교적 압력을 강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또 아프간 정부가 인질구출 작전에 나서고 한국이 이에 동의할 경우 미국이 군사적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한편 전일 미국 CBS방송이 한국인 인질 21명을 구출하기 위한 수색작전이 사실상 개시됐다고 보도한 것과 관련, 톰 케이시 대변인은 “군사작전과 유사한 것이 진행되고 있다는 어떠한 정보도 없고 이를 확인할 수도 없다”며 “그런 보도가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떠도는 소문을 전제로 추측하지 않겠다”고 일단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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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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