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에 있었던 현대차 노사의 올 임금협상 잠정 합의와 관련, 노조가 4일 찬반투표에 돌입할 예정인 가운데 일부 현장 조직을 중심으로 잠정합의 부결 운동이 돌입돼 조직이 심각한 내홍에 휩싸이고 있다.
때문에 투표 결과 ‘통과’를 장담할 수 없는데다 합의안 수용이 이뤄지더라도 ‘노노갈등’이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따라서 현대차 노조사태가 지난 1998년 정리해고 당시 벌어졌던 노노충돌과 같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잠정합의 부결운동 돌입=현 노조 집행부에 반대하는 현대차 노조 내 5개 현장 조직들이 결성한 ‘현장실천단’은 2일 노사가 잠정 합의한 올 임금협상안의 조합원 찬반투표를 부결시키기 위해 본격적으로 행동에 돌입한다고 3일 밝혔다.
이들은 이날 오전 각 사업부 소속 노조원들에게 배포한 유인물에서 “이번 합의는 조합원 염원을 무시한 밀실 교섭이므로 투표를 통해 거부하자”고 밝혔다. 또 “당초 노사가 2005년 합의했던 주간8시간+야간8시간, 2009년 1월1일부터 전면시행 등의 합의안이 아니면 전면 재교섭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현장실천단 내 5개 현장조직 소속 대의원들은 이날 산하 노조원들을 대상으로 이 같은 내용을 조직적으로 독려하고 나서 찬반투표 결과에도 적잖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노노갈등’ 갈 데까지 가나=현대차 노사의 잠정 합의안 부결 운동에 나선 이들 5개 현장조직은 4일 예정된 찬반투표가 부결될 경우 현 노조 집행부 퇴진 압박에도 나설 것으로 알려져 노사 모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들 현장 조직은 지난달 말 노사가 잠정 합의 수순에 돌입하자 아예 교섭장 입구를 막아선 채 물리력으로 교섭 저지에 나선 바 있다.
현대차 노조 내에서 조직 규모가 가장 큰 민투위 소속의 현 노조 집행부에 대해 ‘주간연속 2교대제’를 앞세워 본격 흔들기에 나섰던 것. 반면 현 노조 집행부는 반대 조직들의 이 같은 흔들기에도 불구, 당초 사측이 최종안으로 제시했던 ‘주간8시간+야간9시간’안을 골자로 한 잠정합의안 채택을 밀어붙이는 강수를 뒀다.
노조의 한 관계자는 “현재 노조 상황은 1998년 정리해고 당시 노사합의에 불만을 품은 조직들과 집행부가 물리적 충돌을 일으켰던 당시와 견줄 만큼 심각하다”라고 분석했다.
◇향후 노사관계 안개 속=윤여철 현대차 사장은 이날 담화문을 내고 “지금 자동차산업은 무한경쟁 속에서 참으로 힘든 경영 환경을 맞고 있는데 이런 어려움에도 회사는 직원의 기대를 감안해 대승적 견지에서 예년 수준 못지않은 임금과 성과금을 제시했다”며 “임금교섭을 타결해 노사가 한마음으로 위기 극복에 나서자”고 촉구했다.
현대차 노사는 그러나 이번 찬반투표가 부결될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하면서 크게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2000년 이후 잠정 합의안 찬반투표에서 부결된 사례는 2001년과 2002년 단 2차례였다.
올해는 ‘주간연속 2교대제’ 문제가 걸려 있는 만큼 만일 부결되면 회사도 더 이상 추가 제시를 할 여력이 없어 엄청난 혼란이 불가피해 질 것으로 전망된다. 사실상 재협상 여지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