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댈러스 반면교사' 뉴욕 에볼라 대처 달랐다

확진 판정 전에 군용기 가동

CDC·SWAT 선발대 급파… 발빠른 조치로 불안 잠재워

'늑장 대응' 댈러스와 천양지차

완치 환자 백악관 초청해 포옹… 오바마도 공포 진화에 총력


미국 당국이 뉴욕시에서 에볼라 환자가 발생하자 군용 항공기까지 동원한 속도감 있는 비상 방역체계를 가동해 눈길을 끌고 있다. 미숙한 초동대처로 우왕좌왕하다가 에볼라 사망자까지 발생한 댈러스 악몽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2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 미 언론은 "미 연방정부와 뉴욕시 등이 댈러스의 실패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 완전히 다른 대응체계를 보여주고 있다"고 전했다. 연방 정부는 의사인 크레이그 스펜서(33)가 지난 23일 에볼라 감염 증상으로 뉴욕 벨뷰병원에 격리되자 확진 판정이 나오기도 전에 국방부 항공기를 이용해 질병통제예방센터(CDC)와 신속대응팀(SWAT) 선발대를 급파했다. 정밀검사가 필요한 스펜서의 혈액은 다음날 새벽4시 애틀랜타에 위치한 CDC연구소에 도착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사태 전개를 실시간으로 점검하는 한편 공포 진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는 23일 밤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와 잇따른 전화통화를 하고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또 이른바 '에볼라 차르'로 임명된 론 클레인과 긴밀히 협력해 혼선을 최소화할 것을 당부했다. 뉴욕에서는 일부 시민들이 마스크를 착용하는 등 불안감을 보이고 있지만 패닉 조짐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는 지난달 댈러스에서 미국 내 첫 에볼라 환자가 발생했을 때와는 천양지차의 움직임이다. 당시 CDC 전문가팀은 토머스 에릭 던컨을 치료하던 텍사스 건강장로병원이 파견 요청을 한 지 이틀 뒤에야 도착해 '늦장 대응'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더구나 현지 병원을 지휘하는 데도 혼선을 빚으며 유기적인 방역체계를 구축하는 데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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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번에는 뉴욕시와 뉴욕주의 선제대응이 돋보인다는 게 현지 언론들의 지적이다. 더블라지오 시장과 쿠오모 지사는 23일 밤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에볼라 발생에 대해 정확한 사실을 알리며 유언비어 차단에 주력했다. 더블라지오 시장은 25일에는 스펜스가 발병 전날 찾았던 미트볼 식당에서 식사를 하며 에볼라 공포에 경제활동이 위축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또 미국 뉴욕과 뉴저지주는 이날 서아프리카 3개국에서 에볼라 감염·의심 환자와 접촉한 뒤 귀국한 모든 의료진과 여행객에 대해 21일간 의무 격리하는 초강수 조치도 단행했다.

뉴욕주는 16일 이미 스펜서가 입원한 벨뷰병원을 비롯해 8개 병원을 에볼라 의심 환자를 치료할 곳으로 지정한 바 있다. 또 4일부터는 서아프리카에 다녀온 적이 있는 사람이 고열이나 구토 등 에볼라 감염 징후를 응급전화로 호소하면 반드시 긴급의료팀이 출동하고 있다. 에볼라 환자로 가장한 직원들을 파견해 병원들의 대응실태도 점검하고 있다.

댈러스의 경우 던컨이 지난달 26일 처음으로 병원을 찾아 최근 라이베리아를 다녀왔다는 사실을 알렸는데도 항생제만 처방하고 이틀 만에 집으로 돌려보냈다. 또 28일 에볼라 바이러스가 발병한 던컨이 응급차로 실려왔을 때도 방호복 착용 등 기본적인 조치마저 취하지 않아 간호사 2명이 감염되기도 했다. 더구나 댈러스 시당국은 지난달 30일까지도 에볼라 환자 발생 사실을 몰라 빈축을 샀다. 쿠오모 주지사는 "불행한 일이지만 댈러스 (실패) 사례를 보면서 준비할 기회를 가졌다"고 말했다.

스펜서의 대처도 던컨에 비해 현명했다는 게 중론이다. 그는 17일 뉴욕 JFK공항으로 입국한 뒤 에볼라 발병에 대비해 맨해튼 자택에서 최대한 고립 생활을 유지하면서 하루 2차례 체온을 측정하고 23일 오전 고열과 소화장애 증상 등이 나타나자 직접 병원에 전화해 응급실로 후송됐다. 답답한 나머지 22일 조깅을 나가 맨해튼 일대를 돌아다닌 데 대한 비판도 나오지만 아직은 우호적인 평가가 대다수다.

현재 스펜서는 위 통증 등 에볼라 2단계 증상이 나타난 가운데 아직은 건강 상태가 양호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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