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엔저…아주 경제 주름살/환율 평가절상 여파 수출상품 경쟁력 저하

◎일 기업 해외진출 줄여 동남아 자본유치 비상엔화값이 급속히 떨어지자 세계경제의 주요주체들이 환율곡선에 기민해지기 시작했다. 일본경제의 영향이 뚜렷한 아시아쪽은 더욱 그러하다. 때마침 아시아 경제도 침체에 허덕이고 있다. 국내총생산(GDP) 성장률과 수출증가율 등 주요지표에서 하락세다. 호주의 경제전문지 오스트레일리언 파이낸셜 리뷰는 최근 『엔화약세가 아시아 경제를 주름지게 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 관심을 모았다. 이 신문은 일본 노무라연구소 주최로 동경에서 열린 세미나 결과를 인용, 『한국등 대부분 아시아국이 엔화가 약세로 돌아선 지난해 하반기부터 하강국면으로 진입했다』고 전했다. 이같은 하락세는 엔화가 본격적으로 저평가되기 시작한 올해 두드러졌다. 현재 엔화는 달러화에 대해 연초대비 20%이상 하락한 상황. 엔화약세가 아시아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측면은 아시아 국가의 환율이 대부분 달러화에 연동돼 있다는 점이다. 이는 달러화가 강세를 띨수록 이들 국가의 환율도 엔화에 대해 자연스레 고평가됨을 의미한다. 환율의 평가절상은 결국 수출상품의 경쟁력 저하와 연결된다. 수출증가율에서 태국이 지난해 19.9%에서 올 상반기 5.8%로 급감한 것을 비롯, 아시아 전체 국가의 증가율이 평균 10%이상 감소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엔화의 약세로 일본기업의 해외진출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일본기업의 해외진출에 붐이 일었던 때는 플라자협정이 이루어졌던 지난 85년과 92년, 95년등 세차례. 지난해초에는 특히 엔화의 장기강세에 대비, 부품의 현지조달과 현지판매 등 적극적인 현지화 전략을 시도했다. 그러나 올들어 이같은 방식이 변모하고 있다. 자동차 등 대부분 업종들이 최근들어 부품을 일본 국내조달쪽으로 돌리기 시작했다. 생산기지를 아예 일본으로 옮기는 기업도 생겨나고 있다. 일본의 투자저하는 이들 국가의 외자유입 감소와 직결된다. 이는 경상수지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대부분 아시아국에 타격을 줄 수 밖에 없다. 설비와 인프라 등에서 일본자본에 대한 의존도가 큰 동남아 국가는 이미 자본유치에 비상이 걸린 상태다. 문제는 엔화의 이같은 약세가 장기곡선을 그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엔화가 달러당 1백20엔선까지 내려설 경우 일본업체의 아시아에 대한 생산시설 건설이 무의미해진다고 밝힌다. 노동생산성과 경제외적 측면을 종합하면 국내생산쪽이 오히려 득이 된다는 계산이다. 전자제품 등에서 일본기업과 경쟁관계에 있는 한국 등 선두국가의 경쟁력 상실은 물론이다. 미 투자은행 JP 모건의 『엔화약세로 가장 피해를 보는 국가는 아시아일 것』이라는 논리가 뒷받침되는 부분이다.<김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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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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