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소비자 권익과 공약 이행

"미래창조과학부가 청와대 눈치 보기에 급급해 시장 현실을 무시하고 관련 부처와 합의도 없이 밀어붙이기 식으로 강행하는데 반드시 문제가 생길 겁니다."

최근 기자와 만난 기획재정부의 한 고위관계자가 논란이 되고 있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에 대해 건넨 얘기다.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 발의된 지 8개월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한 채 이전투구 양상인 것을 꼬집은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미래부가 지난 5일 방송통신위원회와 공동으로 제조업체와 이동통신사, 알뜰폰 업체, 소비자단체 등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한 공개 간담회다. 이 자리에서 조만간 국회에서 논의될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에 대한 합의점을 도출하려고 했지만 오히려 졸속행정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사전 조율이나 상충된 이해관계를 미리 점검하고 조율한 흔적은 눈을 씻고 찾아보기 어려웠다.


간담회 과정에서 최문기 미래부 장관이 중재를 하려 애쓰는 모습은 보였지만 삼성전자가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을 비롯해 다른 제조사들, 이동통신사들도 마지못해 미래부의 입법 취지에 공감한다고 언급하는 애매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결국 미래부가 이례적으로 간담회 결과에 대해 보도자료를 배포하면서 법안을 밀어붙이기 위한 형식적인 자리를 마련한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자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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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미래부와 관련 부처와의 이견 노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에 불을 지폈다. 최근 미래부는 방통위와 함께 기재부·공정거래위원회·산업통상자원부 등과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에 대한 회의를 가졌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입장 차만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네티즌 등 많은 소비자들이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 제정되면 단말기 가격 인하 효과는 없고 오히려 소비자 부담만 더 커진다며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다는 점을 미래부는 애써 외면하고 있다. 입만 열면 소비자 권익을 얘기하지만 그것보다는 정부의 공약 이행을 위해 청와대 눈치 보기에 급급하다는 비난이 거세지는 이유를 미래부는 직시해야 한다. 소비자들은 물론 이해관계가 밀접한 제조사와 이통사, 관련 부처와의 합의도 이끌어내지 못하는 법안이 과연 국민을 위한 법안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쏟아지는 질타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미래부는 진지하게 고민해 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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