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 속 마법 소년이 돌아왔다. 2001년 시리즈 첫 영화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 개봉 이후 전 세계 어린이를 설레게 했던 마법 소년. 하지만 이젠 더 이상 앳된 모습의 미소년이 아니다. 호그와트 마법학교의 비밀 공간에서 동양 소녀 마법사와 첫 키스를 나누는 반쯤 성인의 세계에 발을 들여 놓은 의젓한 하이틴 스타 마법사다. 첫 편 이후 단 한차례도 흥행 실패 쓴맛을 보지 않았던 해리포터 시리즈가 벌써 5편째를 맞았다. 이번 작품 감독은 영국 BBC 미리시리즈 ‘우리가 살아가는 법’ 등으로 실력을 인정받은 데이비드 예이츠. 지금까지 모든 시리즈의 제작을 맡은 데이비드 헤이만이 “정치적인 주제와 인간의 내면 갈등 묘사에 탁월한 감독”이라고 평한 인물이다. 시리즈 5부 ‘해리포터와 불사조 기사단’의 가장 큰 묘미는 소년 티를 조금씩 벗어내며 진정한 마법사로 변신하는 해리포터(다니엘 래드클리프)의 변화를 관찰하는 대목. 마법 세계의 악의 화신 볼드모트(랄프 파인즈)에 홀로 맞서는 해리 포터는 선과 악의 갈림길에서 마치 영화 스타워즈 1~3부에서 악의 화신 다스베이다가 되기 직전 어린 아나콘 스카이워커처럼 번뇌한다. 호그와트 마법학교 5학년이 된 해리 포터. 마법 세계에서는 이름을 말하는 것조차 금기 사항인 공포의 마법사 볼드모트가 다시 살아 돌아왔다고 경고하지만 그의 절친한 친구 론(루퍼트 그린트)과 헤르미온느(엠마 왓슨) 외에는 좀처럼 누구도 해리의 말을 믿어 주지 않는다. 사촌 두들리를 구하기 위해 인간 세계에서 마법을 썼다고 해리를 재판정에까지 세운 마법부 장관 코넬리우스 퍼지와 그의 심복 돌로레스 엄브릿지는 해리에게 요주의 학생 딱지까지 붙여놓았다. 감시의 눈을 피해 해리는 론과 헤르미온느의 도움으로 악의 화신 볼드모트와 대항해 싸울 덤블도어 군단을 만든다. 마치 그의 부모가 14년전 볼드모트에 맞서 불사조 기사단을 세운 것처럼. 볼드모트와 덤블도어 군단이 일대 혈전을 벌이는 곳은 런던 시내 한 공중전화 박스 밑에 자리잡은 지하공간. 해리 포터는 자신을 악의 세계로 끌어들이려는 볼드모트의 힘에 밀려 궁지에 몰리기도 하지만 호그와트 마법학교의 교장이자 해리 포터의 수호자인 덤블도어의 도움으로 결국 악의 유혹을 물리친다. 볼드모트의 집요한 유혹과 공격에 굴하지 않는 불굴의 의지를 보여주는 해리 포터 역을 잘 소화해 낸 다니엘 래드클리프는 성인 연기자의 길에 한걸음 더 바짝 다가섰다. 이번 시리즈에서 가장 화제가 됐던 장면은 해리 포터의 첫 키스 씬. 덤블도어 군단에 지원한 동양계 마법 소녀 초 챙과 크리스마스 트리가 장식된 ‘필요의 방’에서 입맞춤을 한다. 하지만 영화의 가장 큰 볼거리는 볼드모트와 덤블도어 군단의 마법부 지하 전투 장면. 물ㆍ불ㆍ모래가 날리는 마지막 전투 장면은 반지의 제왕 시리즈 만큼 화려하고 멋지다. 해리 포터의 내면 갈등 묘사에 치중해 조금 지루할 뻔한 영화의 흐름을 단번에 압도하며 화려한 피날레를 장식한다. 7월 11일 한국 개봉. 137분. 다음은 해리 포터 역의 다니엘 래드클리프와 일문일답. -해리 포터 역할을 맡아 좋은 점과 나쁜 점이 있다면. ▦개인적인 시간, 자유로운 생활을 할 수 없다. 친구들과 함께 놀고 싶어도 촬영이 있으면 촬영을 해야 할 수 밖에 없다. 좋은 점은 지금처럼 세계 많은 나라를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다는 것. 시리우스 블랙 역을 맡은 게리 올드만과 각별한 사이가 된 것도 빼놓을 수 없다. -해리 포터로서의 이미지가 강하다. 앞으로 어떤 역할을 맡고 싶은지. ▦해리 포터와 멀어지고 싶지는 않다. 해리는 나에게 매우 각별한 의미가 있다. 자부심도 크다. 앞으로 어떤 역할이 주어질 지 알 수 없다. 하지만 내가 성장할 수 있는 배역이라면 어떤 역이든 맡고 싶다. -선과 악 사이에서 갈등하는 연기에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 ▦심리적 갈등을 하는 부분에서는 영화 ‘내 책상 위의 천사’(An Angel At My Table)에서 주인공이 전기 충격을 받는 장면 등을 참고하기도 했다. 감독에게 연기 지도를 직접 받기도 했다. -첫 키스 연기의 느낌은 어땠나. ▦다른 연기와 큰 차이는 없었다. 감독은 첫 키스 느낌을 살리기 위해 능수능란한 키스 모습이 되지 않도록 혀를 아래로 납작하게 하라고 주문했다. (웃음) 혀는 사용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