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철골건물 「옥시드」(이제는 리노베이션시대)

◎철골구조로 증축 새얼굴 찾았다/낡은 4층 콘크리트건물 매입/건폐율에 여유 6층으로 계획/지반약해 철골구조 채택/반투명유리벽 등 장식미 살려/신축비용 40% 들여/변신 성공 ‘눈에 띄네’기존 건축물을 헐지 않고 내·외부만 뜯어고쳐 사용하는 리노베이션(개·보수)이 부동산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투자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 리노베이션은 멀쩡한 아파트나 상가를 송두리째 부수고 다시 짓는 재건축사업과는 근본부터 다르다. 단지 세월이 지났다는 이유만으로 아직 활용할 수 있는 건물을 허무는 것은 낭비다. 건축물도 인간처럼 수명을 지녔다. 지난 70년대 이후 경제성장 과정에서 한꺼번에 지어졌던 상가와 주택이 이제 노년을 맞고 있다. 그러나 잘만 다듬으면 다시 청년으로 돌아갈 수 있는 건물들이 적지 않다. 적은 돈으로 높은 가치를 창출해낼 수 있는 게 바로 리노베이션이다. 리노베이션은 최근 부동산시장에서 자주 얘기되는 리모델링, 리폼 등과 맥을 같이하는 용어다. 법규에 따른 개념도 매우 다양하다. 증축, 개축, 재축, 이전, 대수선, 용도변경 등이 모두 이에 속한다. 아파트 내부개조에서부터 대형건물의 증축에 이르기까지 리노베이션이 미치는 범위는 폭넓다. 본지는 기존 건축물의 외관만 수선하는 방법, 건축물 내·외부의 마감만 바꾸는 방법, 증·개축을 통해 건물을 전반적으로 개조하는 방법 등을 장기 시리즈를 통해 사례 중심으로 소개한다. 각각의 경우를 적용하는 데 있어서의 조건이나 유의점, 진행방법, 손익 등도 꼼꼼히 게재한다.<편집자주> 서울 성동구 천호대로변을 가다 보면 평범한 주택가에 자리한 6층짜리 철골건물이 눈길을 끈다. 「옥시드」라는 건물로, 낡아 볼품없는 4층 건물에 새 얼굴을 찾아준 성공적인 리노베이션의 사례다. 옥시드는 「산화되어 녹슨 것」이라는 뜻이다. 건축가 김인철씨가 자신과 의상 디자이너인 아내의 사무실 겸 작업장으로 사용한다. 이름에 걸맞는 재료인 철골과 함께 건물 전반이 대체로 거칠게 마감됐다. 김씨 부부가 함께 일할 수 있는 공간을 찾은 것이 이 건물을 리노베이션하게 된 동기였다. 특히 아내의 경우 기존의 작업장이 지하에 있어 근로환경이 나쁜 탓에 봉제 일을 하는 사람들을 고용하는 데 애를 먹던 터였다. 마침 봉제 일손이 많은 청계천 일대에 4층짜리 건물이 급매물로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곧바로 사들였다. 매입 당시는 지은 지 10년이 지난 낡은 콘크리트 건물로 운동복·가방 등을 만드는 소규모 공장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김씨 부부는 이를 임대하기보다는 손수 쓸 생각이었기 때문에 10년쯤 사용할 요량으로 리노베이션하기로 결정했다. 천호대로를 사이에 두고 맞은편은 상업지역으로 개발이 한창인데 반해 이곳은 일반주거지역으로 개발이 쉽지 않은 점도 결정에 한몫을 했다. 법규를 살펴보니 건폐율에 여유가 있었다. 두배로 증축하는 게 가능했다. 결국 규모는 6층으로 계획했다. 임대인들이 계약기간이 끝나 나가기를 기다려 2년만에 본격적으로 일을 추진했다. 2개 층을 올리는 데 가장 큰 문제는 기존 건물의 구조를 정확히 파악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오래된 건물이 대부분 그렇듯 도면을 찾을 수가 없었다. 건축물 등기부등본에 적힌 층별 면적 정도만 겨우 알 수 있었다. 건물의 구조를 파악하는 것은 매우 중요했다. 건물을 실측하기 위해 각 기둥이나 보의 콘크리트를 떼어내 한달간 강도실험을 했다. 그러나 예전에 논둑이었던 곳이라 지반이 약했고 건축 당시 시공의 완성도도 장담할 수 없었다. 결국 콘크리트보다 가볍고 강도는 높은 철골구조를 채택하기로 했다. 기존 건물의 기둥축에 맞춰 철골기둥을 세우고 기둥과 기둥 사이를 철골보로 연결해 2개층 높이로 올렸다. 맨 위층은 박공지붕을 올려 다락 같은 공간을 연출했다. 평지붕보다 내부가 한결 아늑해 보인다. 증축한 5, 6층의 외벽은 반투명 유리로 처리했다. 위층의 철골기둥이 구조적 필요에 따른 것이었다면 4층 이하는 장식적인 효과로 통일감을 주기 위한 것이었다. 일정한 리듬을 갖는 정방형의 창은 전통 한옥의 형태를 현대적으로 연출한 것이다. 바닥면적 합계 50㎡를 넘는 증축, 개축, 재축이나 대수선의 경우 간단한 신고로는 안되고 허가절차를 밟아야 한다. 이 건물은 기존 건물(3백68평)을 90평가량 늘렸기 때문에 주차대수도 상당 부분 조정됐다. 공사기간은 레미콘 파동으로 10개월이 지연됐다. 공사비는 당초 예상했던 1억6천만원의 두배 가까운 3억원이 들었다. 추가 공사비는 1, 2층의 임대보증금으로 해결했다. 이 정도 건물을 신축할 경우 7억∼8억원이 든다는 점을 감안하면 수익성도 있는 편이다. 좋은 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리노베이션을 진행할 때는 어디까지 손을 대고 어디까지를 남길 것인가를 정확히 구분해야 한다. 특히 철골을 하다 보면 구분이 모호해질 수 있다. 이 건물은 뜯어내고 보니 기둥의 위치가 일정치 않아 규격화된 철골구조를 적용하는 데 애를 먹기도 했다.<도움말=수목건축 (02)579­3594><성종수 기자>

관련기사



성종수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