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0년 10월, 당시 노태우 대통령은 민생치안 확립을 위해 ‘범죄와의 전쟁’을 특별선포했다. 국가의 공동체를 파괴하는 범죄와 폭력에 대한 전쟁을 선포하고 헌법이 부여한 대통령의 모든 권한을 동원해서 이를 소탕해나갈 것이라는 초강력 의지였다. 종합대책을 수립하고 처벌을 강화해나간 결과 전쟁 선포 2년 만에 살인ㆍ강도ㆍ폭력 등 5대 범죄가 5.9% 감소했고 상당수 폭력조직이 와해됐다. 특히 매년 증가하던 흉악범도 감소세로 돌아섰다.
그로부터 19년이 흐른 지금 범죄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무시무시한 ‘적’이 대한민국 존립 자체를 위협하고 있다. 바로 ‘저출산 악령’이다. 국가경제는 벌써 자상(刺傷)을 입었다. 세계 최저 수준인 출산율 1.19명으로 생산가능인구(15~64세)는 오는 2016년부터 감소하게 된다. 노동력의 주축인 30~40대는 이미 2006년부터 줄기 시작했다. 대한민국의 성장엔진이 꺼지고 있다는 얘기다. 반면 노인인구는 급속히 늘어나면서 사회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국민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노인복지지출은 2004년 0.25%에서 2050년 5%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돤다. 국민연금은 2044년 보험료보다 지출액이 많아진 뒤 2060년 고갈된다고 한다. 그 이후 벌어질 일들은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다. 교육ㆍ안보는 또 어떤가. 학생 없는 학교는 줄줄이 문 닫을 판이고 군입대 재원이 없어서 용병을 구해야 할 날도 올지 모르겠다.
더욱 끔찍한 것은 이 같은 저출산 추세가 계속된다면 2100년 대한민국 인구는 지금의 절반으로 줄어들고 2200년에는 50만명, 2300년에는 5만명의 초미니도시 국가로 전락할 것이라고 유엔 미래보고서가 예측했다는 점이다. 심지어 2700년에는 지구상에서 사라지게 된다고 내다봤다.
과연 예측대로 흘러갈까. 불행히도 국민들은 그렇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서울경제신문이 최근 창간 49주년을 맞아 실시한 인구 문제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 국민들 10명 중 8명 이상이 10년 후 우리나라 출산율이 지금과 별 차이가 없거나 더 떨어질 것이라며 장래 유엔이 전망한 인구변화대로 될 것이라고 응답했다.
더욱이 조만간 사상 유례없는 출산율 1.0 붕괴가 현실화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가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대통령이 헌법에 부여한 모든 권한을 동원해서라도 ‘저출산과의 전쟁’을 선포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