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유로존 해법 도출 지지부진한 이유는 獨-佛 뿌리깊은 패권다툼 탓

은행권 자본확충 합의 불구 구체방안 놓고 사사건건 대립<br>美ㆍ英, 게르만-라틴 분열 조장… 앵글로색슨계 음모론까지 등장


유럽연합(EU) 정상들이 숱한 회동에도 유로존 위기를 가라앉힐 해법을 쉽사리 도출하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유로존의 양대 대국인 독일과 프랑스가 큰 틀에서는 의견 일치를 보면서도 세부 사안들에서는 각자의 이해관계 때문에 사사건건 대립하고 있다. 이런 배경에는 두 나라 간 뿌리 깊은 패권다툼이 자리잡고 있다. 경제적 이해관계가 맞지 않다 보니 처방전이 다른 것이다. 독일과 프랑스는 지난 9일 재정위기에 이은 은행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유럽 은행권에 대한 자본확충 방안을 내놓기로 합의했지만 구체적인 방안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독일은 재정건전성에 충실한 중장기 해법을 모색하지만 은행위기에 처한 프랑스는 그리스발 위기의 전염 방지에 두고 있다. 독일의 이런 보수적 해법은 이웃 국가의 어려움에 더 이상 소방수 역할을 맡고 싶지 않다는 국민 여론을 반영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지만 이번 위기를 통해 최대 라이벌인 프랑스의 힘을 빼기 위해 일부러 뜸을 들이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프랑스는 당장 발등의 불을 끄기 위해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의 대폭 확대 등 유럽 차원의 공동 대응책을 강조하는 반면 독일은 민간 은행의 손실부담을 더 늘리는 방향을 선호하고 있다. 민간 금융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독일은 항상 유럽을 자국 위주로 재편하려고 노력해왔으며 이에 독일과 프랑스 간 주도권 다툼은 계속 있어왔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앵글로색슨계(미국ㆍ영국)의 음모론도 나오고 있다. 미국과 영국이 이번 위기를 기회로 삼아 막후에서 게르만계(독일)과 라틴계(프랑스ㆍ스페인ㆍ그리스 등)의 분열을 조장, 심화시켜 독일과 프랑스가 주축인 기존의 유럽 헤게모니를 뒤흔들려 한다는 분석이다. 유럽계 헤지펀드에서 거론되는 이 시각은 세계 금융시장을 장악한 미국과 영국계 자금이 유럽 은행 시스템을 초토화시킨다는 가설이다. 월가에서는 그리스의 디폴트(채무불이행)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이고 그리스가 넘어지면 인접국 포르투갈과 스페인이 같은 상황에 처할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다. 유럽의 변방인 그리스부터 시작한 유럽위기의 최종 희생자는 프랑스라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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